제주4·3 수형인 335명 명예회복…완전한 해결 진전
제주4·3 수형인 335명 명예회복…완전한 해결 진전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03.1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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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당시 강제로 죄를 뒤집어쓰고 옥살이를 하다 희생된 수형인 335명이 70년을 훌쩍 넘겨서야 누명을 벗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4·3 당시 국방경비법 위반 및 내란실행 등의 혐의로 수감됐던 수형인 335명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을 열고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 중 333명은 불법 연행과 구금, 모진 고문도 모자라 짓지도 않은 죄를 이유로 감옥에 갇혔다가 희생됐다.

이들의 비극을 야기한 법원은 70여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야 남겨진 가족을 통해 다시 법정에 선 수형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생존 수형인인 고태삼 할아버지(92)와 이재훈 할아버지(91)도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통해 70년 넘게 짊어져 온 억울한 누명을 내려놓았다.

이날 재판은 21개 사건으로 나뉘어 오전 10시부터 연속 진행됐다.

각 사건마다 검사와 변호인의 모두 진술 및 최종 변론에 이어 선고가 이뤄졌다. 한 사건 당 소요된 시간은 20분 내외였다.

검사는 피고인들의 혐의로 국방경비법 위반, 내란실행 등을 꼽았지만 별도의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 공소사실을 증명하지 못한 검사는 수형인들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변호인과 피고인 측은 재판부를 향해 4·3의 광풍 속에 억울하게 희생된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의 한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모든 재판 절차를 마무리하고 곧바로 판결에 나선 재판부는 수형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이하 4·3유족회)는 재판 직후 제주지방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로운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사필귀정”이라고 강조했다.

4·3유족회는 “1948년과 1949년 군사재판에 의해 즉결 처형되거나 수감돼야 했던 수형인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70여년 전 씌워졌던 빨갱이의 굴레를 비로소 벗었다”며 “현명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죄) 판결을 통해 불시에 행방불명된 부모, 형제의 빈자리로 정신적, 물질적 어려움과 연좌제의 고통에서 살아오신 유족 분들이 그동안의 한을 다소나마 씻어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4·3유족회는 “군사재판을 통해 죄인의 낙인이 찍힌 희생자가 수형인명부상으로 2530명이다. 아직도 명예회복의 기회조차 준비되지 않은 억울한 희생자가 더 많다”며 “앞으로 군사재판과 일반재판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추가 소송을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인 재판 결과에 환영 메시지도 잇따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4·3 행방불명 수형인 333명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며 “차가운 표석에 이름 석자만 남겨진 4·3평화공원 행불인 묘역에도 비로소 따뜻한 봄볕이 드리우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크게 환영한다”며 “무죄 선고를 통해 지난 73년간의 억울함과 불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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