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주고받는 ‘인생 철학’…제주 바둑 ‘화합의 장’ 자리매김
소리 없이 주고받는 ‘인생 철학’…제주 바둑 ‘화합의 장’ 자리매김
  • 특별취재반=임창덕·고경호·김지우·장정은 기자
  • 승인 2019.12.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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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기 제주도 왕위전] 대회 이모저모

15일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제46기 제주특별자치도 왕위전은 단순히 실력을 겨루는 대회에 그치지 않았다. 매 경기 ‘반상’마다 승리를 향한 열기를 가득 피워냈다가도 마지막 수 이후에는 환한 미소로 서로를 격려했다. 또 이제 막 바둑에 눈 뜬 어린 소녀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마주 앉아 진지하게 바둑돌을 놓으며 각자의 ‘바둑 철학’을 소리 없이 주고받았다. 이처럼 제주도 왕위전은 남녀노소 누구나 바둑을 통해 하나 되고 교류하는 화합의 장으로 역할하고 있다.

'반상의 손오공'으로 불리는 서능욱 9단이 제46기 제주도 왕위전을 찾아 참가 선수 6명과 다면기를 벌이고 있다. 사진=특별취재반
'반상의 손오공'으로 불리는 서능욱 9단이 제46기 제주도 왕위전을 찾아 참가 선수 6명과 다면기를 벌이고 있다. 사진=특별취재반

# ‘반상의 손오공’ 서능욱 9단 왕위전 출격

○…신출귀몰한 수와 엄청난 속기로 ‘반상의 손오공’으로 불리는 서능욱 9단이 제46기 왕위전을 찾아 제주 바둑 열기를 실감했다.

이날 심판위원장이자 결승전 해설자로 나선 서 9단은 왕위전이 진행되는 내내 ‘제주 고수’들의 도전장에 응수해 특유의 속기와 전투적인 수 싸움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특히 서 9단은 왕위전에 참가한 선수 6명과 ‘1대 6 다면기’(고수가 여러 사람을 동시에 상대하는 바둑)를 벌이면서 참가자들로부터 놀라움을 자아냈다.

서 9단은 “제주도 왕위전의 분위기는 정말 좋다. 특히 근래에 보기 어려웠던 국내 고수 몇 명을 여기서 다시 만났다. 너무 반가웠다”며 “제주가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 환경과 고즈넉한 분위기는 바둑 두기에 최고다. 많은 고수들이 제주를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 왕위전에 불러줘서 정말 고맙다”라며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제주에 내려와 바둑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제46기 제주도 왕위전의 초등부 대국에 참가한 자녀들을 응원하고 있는 학부모들의 모습. 사진=특별취재반
제46기 제주도 왕위전의 초등부 대국에 참가한 자녀들을 응원하고 있는 학부모들의 모습. 사진=특별취재반

# 마음으로 전하는 학부모 응원전 눈길

○…초등부 대국 내내 학부모들의 시선은 바둑판에 집중됐다.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바둑알을 놓을 때마다 흐뭇한 미소와 함께 마음속으로 응원하며 힘을 실었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응원을 받으며 치열한 수 싸움을 펼쳤다. 대국이 끝난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부모의 품에 안겨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학부모 강영선씨(40)는 “아이를 응원하기 위해 왔다. 승패를 떠나 바둑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뿌듯하다”며 “아이가 바둑을 하면서 집중력이 향상됐고 인성교육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고 싶어 할 때까지 계속해서 바둑을 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째 '막내'로 참여한 최연소 참가자 고서호군. 사진=특별취재반
지난해에 이어 2년 째 '막내'로 참여한 최연소 참가자 고서호군. 사진=특별취재반

# 올해도 내가 막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회에서도 최연소 참가자로 기록된 고서호군(백록초 2·사진)은 “작년과 달리 올해는 긴장이 되지 않아 바둑을 더 잘 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초등 저학년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고군은 “1등을 해서 정말 기분이 좋다. 하루 평균 2시간씩 많을 때는 5시간까지 바둑을 두며 실력을 키웠다”며 “계속해서 대회에 참가해 초등 최강부에서도 우승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 왕위전 반세기 산증인 “명맥 이어나갈 것”

박영수 상임고문
박영수 상임고문

○…제주도 왕위전과 반세기를 함께 해 온 산증인 박영수 제주특별자치도바둑협회 상임고문은 “전국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회인 만큼 제주도민과 함께 ‘제주 대표 바둑 대회’의 명성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상임고문은 제1기 왕위전부터 대회 운영에 참여하는 등 제주 바둑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박 상임고문은 “왕위전 규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내 인생의 전부를 함께 한 왕위전인 만큼 앞으로도 제주일보와 함께 지속적으로 명맥을 이어나가겠다”고 얘기했다.

# 인원도 늘고 실력도 늘고…초등부 열기 '후끈’

○…올해 왕위전에 참가한 초등부 참가자들의 실력과 열기가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초등 저학년부(1~3학년, 유치원생 포함), 초등 고학년부(4~6학년)의 참여 인원이 부쩍 늘었으며 실력 또한 한 층 높아지면서 미래 왕위전의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

대회 관계자는 “작년에 예선전에서 탈락한 친구들이 올해 실력을 키워 왕위전에 참가하면서 눈길을 끌었다”며 “참여 인원 또한 지난해 보다 20% 증가하는 등 뜨거워진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 제주 바둑의 미래가 정말 밝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임창덕·고경호·김지우·장정은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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