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 열전 ‘후끈’…매 수마다 탄성·환호 교차
반상 열전 ‘후끈’…매 수마다 탄성·환호 교차
  • 김명관 기자
  • 승인 2017.12.1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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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기 제주특별자치도 왕위전 이모저모
제44기 제주특별자치도 왕위전이 17일 제주시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2층에서 열린 가운데 대회 참가자들이 신중하게 수를 두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제주일보=김명관 기자] 17일 제44기 제주특별자치도 왕위전이 열린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2층 다목적실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승부의 갈림길에 선 도내 바둑인들이 한 수 한 수 상대의 수를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탄성을 내지르기도 하고 환호하기도 했다.

제주일보와 제주특별자치도바둑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 대회는 제주지역 반상의 최고수를 가리는 무대답게 시종일관 명승부를 연출했다.

 

바둑인 축제의 장…화합 다져

○…대회는 왕위부와 단체부, 동호인 유단자부, 동호인 급부, 여성부, 중·고등부, 초등최강부, 초등 고학년부, 초등 저학년부로 나눠 치러졌다.

200여 명의 바둑인들과 학부모, 동호인, 관계자들은 이날 반상 위에서 실력을 겨루며 우의를 다졌다.

김대우 제주일보 대표는 “세태가 빠르게 변하면서 바둑을 좋아하는 인구는 많지만 바둑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줄었다고 한다”며 “바둑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병찬 제주도바둑협회 회장은 이날 격려사를 통해 “바둑 불모지나 다름없던 제주에서 왕위전이 열린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며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가는 이 대회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고 고수들의 치열한 수 싸움

○…도내 최고의 바둑대회의 명성에 걸맞은 수준 높은 경기가 계속해서 펼쳐진 가운데 34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고수들의 불꽃 튀는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져 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제43기 왕위를 차지한 이현국씨(59·제주시 연동·아마5단)와 우리나라 최고의 바둑기사 중 한 명인 장수영 9단의 문하생 출신이자 제41기 왕위전 우승자인 문해성씨(25·제주시 구좌읍·아마6단)는 왕위부 첫 경기에서 만나 사실상 결승전을 방불케 하는 명승부를 펼쳤다.

한 수 한 수 마다 관중들의 입에서는 ‘아!’하는 탄성이 터져 나오는 등 좌중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1시간 가까이 펼쳐진 팽팽한 승부 끝에 대국의 승리는 문해성씨에게 돌아갔다.

이현국씨는 “상대방은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 수준의 실력자”라며 “하나의 수에도 여러 길이 펼쳐져 있는 바둑은 그 자체가 답을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승패를 떠나 좋은 승부를 펼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해성씨는 “참가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고 한동안 바둑 공부를 하지 못해 대국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위기의 상황에서 상대의 실수를 잡아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에서 바둑 알리는 일꾼으로

○…지난해 대회에서 동호인 급부 우승을 차지했던 서정훈씨(42·제주시 이도2동)는 올해 대회에서는 바둑의 매력을 알리고 바둑인들의 열띤 승부를 돕는 숨은 일꾼을 자처하고 나섰다.

서씨는 지난 대회 우승 이후 제주특별자치도 바둑협회 회원으로 가입, 올해 대회에서 운영진으로 참여해 대회 진행에서부터 참가자 관리까지 다방면에 일손을 더했다.

서씨는 “대회에 참가해 바둑을 두는 것도 놓치지 못할 큰 즐거움이지만 이렇게 바둑의 매력을 알리는 일도 뜻 깊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지범 프로기사 결승전 해설

○…왕위부 결승전 해설을 진행한 제주 출신 남자프로바둑기사 강지범씨(21·초단)는 “제주도 왕위전의 오랜 전통과 역사는 다른 대회와 비교했을 때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참가자들의 수준도 매우 높아 참고할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왕위전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을 비롯해 도민들의 바둑 사랑이 매우 높아 놀랍다”면서 “특히 왕위부의 경우 아마추어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수준이 매우 높아 관심있게 지켜봤다”고 말했다.

제주시 노형동 출신인 강씨는 7세 때 아버지가 운영하는 강순찬 바둑교실에서 처음 돌을 잡은 후 초등학교 3학년 제주 초등부 바둑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2월 제139회 일반인 입단대회 64강 최종리그에서 초반 4라운드 3패로 몰린 절망적 상황을 딛고 내리 7연승으로 8승을 만들어 최종 9승 결정전에서 지난해 아마대회 3관왕이자 내셔널리그 다승왕인 최광호씨를 넘고 초단에 올라 프로기사가 됐다.

 

의미 있는 한 수, 새로운 길을 배우다

○…치열한 승부가 한창인 경기장 한편에서는 이날 결승 해설을 맡은 프로바둑기사 강지범씨와의 ‘5인 다면기’ 자리가 마련돼 애기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4수에서 9수까지 본인의 실력을 감안해 미리 몇 수를 먼저 두고서 강씨와의 모의대국을 진행했다.

참가자 김재수씨(61·제주시 조천읍)는 “비록 왕위전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프로바둑기사와의 대국이라는 좋은 기회를 얻어 기쁘다”며 “바둑의 새로운 길을 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명관 기자  mg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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