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연결 문제로 지연 급증 '동맥경화' 유발
항공기 연결 문제로 지연 급증 '동맥경화' 유발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6.05.2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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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승객 불편 심화 악순환..."2공항 완공까지 부지매입 사업까지 다각도 검토해야"

제주국제공항의 ‘동맥경화’ 증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제주공항 슬롯(SLOT·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포화현상이 날로 심화함에 따라 연결편 문제 등으로 항공기 지연 운항이 상습적으로 발생하면서 이용객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제주공항을 이용한 승객들은 항공기 이륙 전 주기장 대기와 착륙 전 선회 비행 등으로 수십 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 기내에 머물렀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데 예전 1시간이 아니라 2시간 걸린다는 하소연이 현실로 고착화하고 있다.

▲막히고 기다리고…지연 운항 일상화=설 연휴였던 지난 2월 7일 항공기 증편에 싱가포르 에어쇼에 참가하는 군용기까지 몰린 제주공항에서 100여 편 넘게 지연 운항했다.

김포를 출발해 제주로 향한 에어부산 BX8021편 등 3대는 착륙 허가가 나지 않아 제주 상공을 선회하다 연료 부족으로 광주공항으로 회항했다가 1시간 뒤 제주에 내렸다. 승객들은 크게 술렁였다.

지난해 10월 김포-제주행 항공기를 이용한 김모씨(24)는 “날씨가 좋았는데도 비행기가 제주 상공을 1시간 넘게 선회했다”며 “승객들이 항의했고 일부 승객은 겁에 질려 울고 난리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서울과 제주를 자주 오가는 홍모씨(30·여)는 “최근 김포-제주행 비행기를 탈 때마다 2시간 이상 걸렸다. 한 시간이면 제주와 서울을 오간다는 건 옛말”이라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공항 이용객은 2012년 1844만3047명, 2013년 2005만5238명, 2014년 2319만7796명으로 매년 급증했다. 지난해 2623만7562명으로 제주공항 최대 수용능력인 26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4월 말 현재 907만6517명으로 지난해보다 11.9% 늘었다.

이와 맞물려 A/C접속(항공기 연결) 문제로 인한 지연이 2012년 5402회에서 2013년 7638회, 2014년 1만2500회, 2015년 1만9228회로 급증하는 등 전국 공항 중 지연율이 가장 높다.

올 4월말 현재 지연은 1만244회로 원인은 A/C접속이 전체 95.5%인 9789회로 슬롯 포화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고, 이어 기상 164회, A/C정비 66회, 여객 처리 2회, 기타 223회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용객이 몰리면 시간당 슬롯 한계치를 초과한 운항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관계자는 “슬롯이 초과되지 않도록 운항 계획을 짜고 있지만 도착 항공기가 지연되거나 이용객이 많은 날 등에는 일시적으로 슬롯이 초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인프라 확충으로는 해소 안 돼=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8월부터 2018년까지 사업비 2640억원을 투입해 활주로 대기구역과 계류장 확장, 여객터미널 시설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사업은 설계단계로 모든 공사는 2018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진행된다.

이 사업은 제주공항 포화 해결을 위한 단기 처방 격으로 완료되고 나면 활주로 고속탈출 유도로가 기존 3개에서 6개로 늘어난다. 고속탈출 유도로는 기존 유도로보다 경사가 낮아 항공기가 완전히 감속하지 않고도 활주로를 빠져나갈 수 있어 활주로 가동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활주로 양끝에는 항공기 이륙 대기장 2곳이 신설된다. 주기장도 넓혀 항공기 주기대수가 기존 35기에서 44기(최대 9면)까지 확대된다. 이를 통해 슬롯 한계치는 34회에서 40회로 늘어난다.

제주공항 여객수용 능력도 확충된다. 국내선터미널과 국제선터미널 증축을 통해 국내선 수용능력이 2300만에서 2620만명으로, 국제선의 경우 250만에서 380만명까지 각각 늘어난다.

이로써 국토부는 제주공항 여객수용 능력을 2600만명에서 3000만명까지 높일 계획이다. 한국공항공사는 2020년 이후 수요에 대응해 공항주변 부지 매입을 통한 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단기 인프라 확충으로는 사업 추진기간 동안 증가할 이용객을 감안할 때 포화상태를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2014년 연구용역을 통해 예측한 2020년 제주공항 이용객 3211만명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수요 예측 연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해 이용객은 2623만7562명으로 전년보다 13% 늘며 예측치(2309만명)를 벗어난 점 등에 미뤄 3200만명은 사업이 완공되는 시점인 2018년에 이미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결국 2025년 예정된 제2공항 완공까지 제주공항 항공기 지연 운항과 이용객 불편의 심화가 예고되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인프라 확충과 운영방법 개선 등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프라 확충에 따른 슬롯 확대로는 포화를 다소 완화할 뿐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제주공항 수용능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되 단기 인프라 확충사업 완공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고 공항 주변부지 매입을 통한 사업도 하루빨리 추진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모든 방안을 고려해 최단기간에 인프라 확충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공정과정에서 발행할 수 있는 지연을 줄여 목표 기간에 맞추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 대책뿐 아니라 제2공항 건설 등과 연계한 장기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종.이승현 기자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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