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구하려 억지로 결혼…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한 또다른 4·3 피해
가족 구하려 억지로 결혼…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한 또다른 4·3 피해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2.08.30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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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대 사람이 언니를 눈독 들여서 매를 맞으면서 시집을 갔어요. 거기서부터 불행이 시작된 거에요"

4·3 특별법 개정으로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 이뤄지고 군법회의 수형인에 대한 검찰의 직권재심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4·3 당시 가족을 구하려 군인과 강제적으로 혼인을 했다는 유족의 증언이 법정을 숙연케 했다.

제주지방법원 제4-1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5일 고(故) 이방행씨 등 4·3 군법회의 수형인 30명에 대한 직권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 피고인은 모두 행방불명되거나 숨져 재판에는 유족들이 대신 출석했다.

이날 고(故) 이방행씨의 유족은 무죄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고 "(4·3당시) 9연대가 주둔한 이후 2연대가 들어왔는데, 거기 사람이 언니에게 눈독을 들여 매를 맞으면서 시집을 갔다"며 "가족을 구하려 억지로 결혼했지만, 젊은 나이에 희생돼 지금도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유족은 이어 "오빠가 살아있을 때 제 손을 잡고 학교에 입학하러 갔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좋은 세상이 와서 참으로 감사드린다. 그래도 오빠의 명예회복은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원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족의 사연을 접한 장찬수 판사 또한 "당시 성산에선 강제 결혼 거부당하니 학살을 당하는 등의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다른 희생을 강요당한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할머니 말씀처럼 가족을 살리려고 결혼한 분들이 삶이 얼마나 행복했겠나. 삶이 아픈 경우도 많았었나 보다"고 위로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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