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 서사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4·3 운동 이끌어야”
“수난 서사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4·3 운동 이끌어야”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04.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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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이 ‘수난 서사’에 갇힌 가해자의 역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다 주체적으로 4·3 운동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4·3이 역사로 박제화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명’ 등 남아있는 과제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28일 민주노총제주본부에서 4·3운동 방향성 모색을 위한 토론회 ‘4·3의 내일을 말하다’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4·3운동의 평가와 향후 과제 ▲청년, 4·3의 미래를 말하다 등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먼저 ‘4·3운동의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은 박찬식 전 제주4·3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 김동현 제주민예총 정책위원장,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 강철남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 위원장, 송시우 제주고 교사가 참여해 4·3의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양정심 실장은 “4·3의 해결의 1단계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국가 사과, 국가 추념이라면 2단계는 피해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 배상”이라며 “1단계는 2000년 4·3특별법 제정으로, 2단계는 4·3특별법 전부 개정을 통해 일정 부분 실현됐거나,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지금은 4·3 진상규명 운동에서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특히 ‘운동’의 관점에서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무척 고민되는 지점”이라며 “남아있는 과제들은 많은데 쉽지 않다”고 피력했다.

양 실장은 남아있는 과제 중 하나로 ‘정명’을 꺼냈다.

양 실장은 “제주4·3에 ‘항쟁’을 붙인 논문을 내고 나서도 (정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21세기에 와서 저항과 항쟁의 역사를 바라볼 때 꼭 (4·3에) 항쟁을 붙여야 하는지는 문제가 있다”며 “분명한 것은 4·3의 저항성과 항쟁성을 모두 담아내는 ‘정명’에 대한 문제는 계속 고민하고 얘기해야 한다. 4·3은 얘기되지 않으면 박제화 되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수난 서사 속 피해 사실들은 가해자의 폭력성을 입증하기 위한 사례에 머물 수 있다. 수난의 역사만을 강조할 경우 결국 가해자의 역사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라며 “미국에 대한 책임 규명, 가해자 처벌 등에 머물기보다 ‘너의 잘못은 너의 잘못이고,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써내려간다’라는 차원에서 보다 주체적으로 4·3 운동을 이어가야 한다. 역사의 큰 틀 속에서 우리가 주체가 되는 4·3 운동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동윤 대표는 4·3 진상규명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양 대표는 “(4·3에 대한) 대통령 사과는 있었지만 도민과 희생자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는 없었다”며 “4·3특별법 전부 개정을 통해 희생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고, 군사재판 희생자에 대해 일괄 재심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국가가 비로소 잘못을 인정한 것이라고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진상규명에 대해서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4·3 당시) 경찰과 서북청년단, 미군, 대한민국 국군이 저지른 사건을 아무런 권한도 없이 진상조사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책임과 권한을 줘서 (진상조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4·3특별법 추가 개정을 통해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성주 사무처장은 향후 4·3의 과제로 ▲정명을 완성하기 위한 운동 ▲미국의 역할과 책임을 묻기 위한 활동 ▲국가 폭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책임자에 대한 역사적 처벌과 단죄 ▲배제된 희생자 구제 ▲4·3특별법의 기간 이외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 ▲4·3에 대한 교육과 세대 전승 등을 꼽았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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