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30년 전에 한라산에 매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가 최초 발견된 후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전량 수거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한라산 성판악 입구. 도로변에서 산 쪽으로 20여m 들어가자 한 자원봉사단체 회원들이 분주히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이곳은 한 탐방객이 지난 2019년 5월 수십 년 전에 투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 더미를 발견한 장소다(본지 2019년 5월 16일자 4면 보도).
본지 보도 직후인 같은 해 5월 16일 인력과 소형 굴삭기 등 장비를 동원해 정비에 나선 제주특별자치도는 단 하루 만에 땅 속에 매립된 쓰레기 2t가량을 수거했다.
당시 수거된 쓰레기들은 마치 샌드위치처럼 ‘흙-쓰레기-흙-쓰레기’ 형태로 땅 속에 묻혀있었다.
1976년에 생산된 한일소주 병과 1978년에 제조된 과자 봉지 등이 나오면서 매립된 쓰레기들은 1970년대부터 투기된 것으로 확인됐다(본지 2019년 5월 17일자 4면 보도).
제주도는 처음 해당 쓰레기 더미가 발견된 직후와 지난해 등 두 차례에 걸쳐 땅을 파내 매립된 쓰레기들을 수거했지만 지금도 1970년대에 투기된 병 등이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실제 자원봉사단체 회원들의 마대 안에는 한일소주 병과 수십 년 된 음료수 병 등이 부식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쓰레기들과 함께 담겨있었다.
한 회원은 “장비 없이 손으로 전부 줍지 못할 만큼 많은 양의 쓰레기들이 아직도 널브러져 있다”며 “특히 땅을 조금만 파내도 깨진 유리 등이 다량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다음 달 추가 수거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2019년과 지난해 장비를 동원해 매립된 쓰레기를 최대한 수거했지만 지면이 쓸리고 깎이는 과정에서 추가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한라산지킴이 200여명을 총 동원해 다음 달 중 수거 범위를 더욱 넓혀 정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 투기 시점이 너무 오래 전이라 현재까지 누가 땅에 묻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