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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역사 담긴 일제시대 인구조사서
뼈아픈 역사 담긴 일제시대 인구조사서
  • 제주일보
  • 승인 2019.03.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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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동태조사 질의응답집 등(1938)
‘인구동태조사 질의응답집’(人口動態調査質疑應答集 전라남도 1938) 내용 부분.
‘인구동태조사 질의응답집’(人口動態調査質疑應答集 전라남도 1938) 내용 부분.

어려서부터 오래된 물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학창시절의 전공도 역사를 선택하게 되었고, 나이가 좀 든 지금은 아예 묵은 책을 취급하는 게 직업이 되었다. 관심이 전공이 되고 나중에는 생업이 된 셈이니 조금 넓게 보면 내 삶의 방향은 일관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긴 이렇게 말하는 것이 같은 역사를 공부했거나 헌책방을 운영하는 다른 분들에게 누를 끼치는 걸 수도 있겠다.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지 좋아 하는 거려니생각하시고 하해(河海)와 같은 마음으로 눈 감아 주시길 바란다.

헌책을 다루다 보면 책뿐만 아니라 옛날 문서나 편지, 그림, 글씨 등 다양한 종이로 만들어진 것들이 함께 입수되곤 한다. 어느 댁 벽에 걸려있던 맘에 드는 글씨나 그림이 들어올 때면 그 작가가 알려진 분이든 아니든 간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소소한 기쁨이 피어오르고, 낡은 궤짝 속에 남아있던 오래 된 종이뭉치 속에서 옛날 어른들이 살아 왔던 다양한 삶의 편린들을 발견할 때면 슬며시 미소 짓게 된다. 묵은 거면 다 좋아 하는 필자에겐 헌책방이 천직이라고나 할까.

그러다 보면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학창시절에 얻어 들은 얄팍한 지식에 기대어 하는 무모한 판단이지만, 때로는 다양한 삶의 편린 수준을 넘어서는 좀 더 의미 있는 자료들이 개중에 섞여있기 마련이다. 옛 것들 중에 소중하지 않은 게 어디 있을까마는 그 시대의 큰 흐름을 더 잘 읽을 수 있는 자료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 있을게다.

엊그제 새로 입수된 자료도 그런 경우이다. 두 건 모두 전라남도에서 발행된 팜플릿으로 1938년 발간한 인구동태조사 질의응답집(人口動態調査質疑應答集)’19435월에 발간된 조선노동기술통계조사 및 인구동태조사 사무방면 타합회(打合會) 관계서류이다.

01 인구동태조사 질의응답집(人口動態調査質疑應答集 전라남도 1938) 뒷부분에 첨부된 1935년 국세조사 조사원 임명장.
인구동태조사 질의응답집(人口動態調査質疑應答集 전라남도 1938) 뒷부분에 첨부된 1935년 국세조사 조사원 임명장.

우리나라 최초의 인구 센서스(國勢調査)1925년에 이루어졌다. 원래 1920년을 목표로 계획이 진행되었지만 3·1운동의 여파로 연기되어 간이(簡易) 국세조사 형식으로 실시된 것이다. 이후 1930, 1935, 1940, 1944년 등 총 5차례에 걸쳐 시행되었고, 1944년의 경우 조사 집계가 완료되기 전에 해방되어 정식 발표되지는 못했다.

이와는 별도로 1938년부터는 인구동태조사가 실시되었는데, 이는 같은 해 4월 일제가 인적·물적 자원의 총동원을 위해 제정·공포한 전시통제의 기본법인 국가총동원법(國家總動員法)과 관련이 깊다. 즉 식민지 조선의 인력을 징발해서 군수공장이나 광산 등에서 강제로 노역을 시키기 위한 기초자료로 이용하기 위해 실시한 조사였다. 따라서 그 조사의 신뢰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었음에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41~433회에 걸쳐 실시한 게 조선노동기술통계조사이다.

‘조선노동기술통계조사 및 인구동태조사 사무방면 타합회(打合會)’ 관계서류(전라남도 1943) 내용 일부.
‘조선노동기술통계조사 및 인구동태조사 사무방면 타합회(打合會)’ 관계서류(전라남도 1943) 내용 일부.

1946년에야 도제(道制) 실시로 전라남도 관할 하에서 벗어나게 된 우리 제주도민에게도 그대로 적용된 이 자료에는 첨부된 상황일람표에 ()’였던 당시의 행정구역 명칭이 그대로 보인다.

요즘 한일관계의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이다. 그 명분 없는 전쟁에 강제로 동원되어 수탈당하고 죽어갔던 우리 조상님들의 한()이야 말로 바로 그들이 말하는 불가역적인 것임을 아는 지 되묻고 싶다.

‘타합회 관계서류’(왼쪽)와 ‘인구동태조사 질의응답집’ 표지.
‘타합회 관계서류’(왼쪽)와 ‘인구동태조사 질의응답집’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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