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자리, 서귀포
언제나 그 자리, 서귀포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02.1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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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어드레 어떵ᄒᆞ연 감수광/ 이레 갔닥 저레 갔닥/ 아명 아명 ᄒᆞ여봅써/ 이디도 기정 저디도 기정/ 저디도 바당 이디도 바당/ 바당드레 감수광 어드레 감수광/ 아무디도 가지말앙... 제주섬을 ᄉᆞᆯ펴줍써./

서귀포시 호근동 출신 김광협 시인이 1980년대 초 본지(당시 ‘제주신문’)에 연재했던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이다. 시인은 당시 본지에 게재했던 제주어로 창작된 작품만을 엮은 최초의 제주어 시집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을 펴냈다. 제주어를 문자로 옮기는 것이 낯선 당시 상황에서 제주어의 맛깔을 살려 제주인의 삶을 그려낸 시인의 행동은 선구자적인 면모를 보였다고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한국학중앙연구원)은 평가했다. 1974년 현대문학상, 1981년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은 1993년 53세의 나이에 숙환으로 타계했다. 서귀포시 천지연 폭포입구에 ‘유자꽃 피는 마을’, 고향인 호근동엔 ‘수선화’ 시비가 세워졌다. 아직도 시인을 추모하는 각종 사업들이 시인의 고향 서귀포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김광협 문학상 제정이다.

#서귀포는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시(市) 행정조직이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전까지만 해도 한라산 남쪽에는 동지역인 서귀포시와 읍·면지역인 남제주군 등 2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존재했다.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이 합쳐 하나 된 서귀포시라는 현재의 행정체제가 구축됐다. 오늘의 서귀포는 말 그대로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관광산업을 선도하는 지역이다.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산업의 중심지다. 성산포관광단지를 비롯해 정방폭포와 중문관광단지, 국토최남단 마라도 등 내로라하는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보물이다. 뿐만 아니라 서귀포에는 김광협 시인을 비롯해 이중섭과 추사 김정희 등 소중한 문화유산이 숨쉬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온화한 기온을 갖고 있는 치유와 힐링의 도시이기도 하다. 한라산을 가운데 두고 해 뜨는 성산일출봉과 눈부신 저녁노을을 자랑하는 송악산으로 상징되는 때 묻지 않은 청정환경과 서귀포 70리로 일컬어지는 수려한 해안 절경.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천혜의 자연자원을 보유한 지역이다. 그런 서귀포시이기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인생의 2막’을 보내기 위해 서귀포로, 서귀포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난해 서귀포 인구 증가율은 2.8%로 제주시 인구 증가율 1.26% 보다 갑절 높은 수준을 보였다. 건강을 최고의 행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서귀포가 ‘인생 2막의 엘도라도’가 되고 있다.

#제주도라는 틀에서 보면 제주시는 맏형이고 서귀포시는 제주시의 동생뻘 된다. 제주도 인구 64만명 가운데 17만명 정도가 서귀포에 거주하고 있다. 인구비율로 보면 제주 전체 인구의 26.5%에 그친다. 면적은 제주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인구를 비롯해 각종 의료·교육·문화 시설 등이 제주시에 집중됐다.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때만 하더라도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폐지되면 제주시 집중이 가속화되고, 이로 인해 지역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 우려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들이 잇따라 제시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대책들은 흐지부지 됐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산남북 불균형이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제주도라는 광역자치단체만 남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표(票)의 논리’가 제주도정의 중심에 섰다. 서귀포에 비해 절대적으로 표가 많은 제주시 중심의 정책들이 주류를 이뤘다. 동생 서귀포가 형 제주시의 발자국도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그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 공동체를 위한 ‘서귀포 배려’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그런데 해군기지와 제2공항 등 대형 국책사업은 약속이나 한 듯 서귀포로 온다. 서귀포시민들의 폭풍비난도 한라산에 가로막혀 공허한 메아리가 된지 오래다. 정말 돌하르방이 오늘의 서귀포를 봤다면 얼마나 한탄했겠나. “해도 해도 너무 햄수다. ᄒᆞᆫ디 손심엉, 또 벵세기 웃으멍 살아야 하는 게 제주섬, 제주사람들 아니꽈” 서귀포는 말이 없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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