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문화 지킨 ‘마지막 왕국’의 유적 곳곳에 남아
힌두문화 지킨 ‘마지막 왕국’의 유적 곳곳에 남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6.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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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44)삶의 원초적 모습을 지닌 남인도를 찾아서<3>-함피 유적지③
‘마탕카 힐’이라고 불리는 바위산 아래 자리잡은 아츄타라야 사원. 정문과 사원 벽면마다 수많은 조각들이 새겨져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제주일보] 저는 지금 남인도 오지에 숨겨져 있는 비쟈야나가르 왕조의 숨결이 흐르는 함피라는 곳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비쟈야나가르 왕국은 중세 남인도의 마지막 힌두 왕국으로 1336년 하리하라 1세와 동생들의 협력에 의해 건국됐고, 1565년 1월에 이슬람 연합군에게 패할 때까지 남인도를 지배했다고 합니다.

인도의 이슬람화를 막고 힌두문화의 수호국으로 알려진 비쟈야나가르 왕국은 지금도 거대한 유적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우리 일행들은 이 유적들을 찾아다니고 있죠.

바구니배를 타고 퉁가바드라강을 내려오다가 강가에 있는 명상 터라는 바위건물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어제와 오늘 돌아본 바위산 왕궁 터와 비루파크샤 사원, 그리고 그 유명한 함피의 옛 시장 바자르를 떠올려 봅니다.

첫 인도여행은 서인도였고 다음 북인도를 거쳐 남인도에 와 이틀째인데 이곳은 인도의 또 다른 속살을 느끼게 합니다. 이곳에 오기 전 읽은 책자에는 인도는 나라가 아니라 대륙이라고 말한답니다. 북쪽에서 남쪽, 동쪽에서 서쪽까지 인종이 다양하고, 언어도 다르며, 풍습은 특색 있고, 지형도 가지각색이라는군요.

아츄타라야 사원 옆으로 함피의 옛 시장인 ‘바자르’ 터가 눈에 띈다.

인도라는 땅덩이는 거꾸로 놓은 삼각형과 대충 비슷한모양입니다. 윗면에는 히말라야 산맥이 자리잡았는데 이 주변에서는 티벳의 영향을 받은 라다크 지역과 히마찰 프라데시 주의 아름다운 산악지대, 거르왈, 다질링 및 씨킴 주 지역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남쪽은 평평한 갠지스 평야로, 이 평야는 북동쪽의 수도인 델리와 아그라, 카주라호, 바라나시 같은 북적대는 관광지와 성스런 강가를 지나 인도 문화의 수도라고 불리는 콜카타가 있는 벵골만 북부 지역까지 가로지릅니다.

인도의 찬란한 다양성 때문에 어떤 여행을 할지 계획하기가 정말 곤혹스럽다는군요. 이번 남인도 오지지역 여행계획도 참으로 어렵게 세웠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이 쉽게 가는 여행코스가 아닐뿐더러 인원도 많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네요.

퉁가바드라강 주변의 유적들을 둘러보기 위해 바구니배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가고 있다.

현지 가이드도 우리의 여행계획서를 보고 놀랍니다.

“이렇게 많은 지역, 그것도 오지지역을 짧은 기간에 다 돌아보기는 참으로 힘들 것 같다. 그러나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니 열심히 쫒아와 달라”고 합니다.

역사유적 답사가 여행 목적이라면 인도 땅 어디를 가더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유적이 널려있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유적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애를 먹는 경우가 많지요. 우리 일행도 이런 고충을 겪었습니다.

바구니배에 다시 올라 강을 따라 내려가다보니 예정된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퉁가바드라강 주변에는 폐허가 된 사원들과 옛 시장거리인 바자르가 곳곳에 있다고 합니다.

이곳들을 돌아보기 위해 허물어지다 만 한 사원 입구에서 설명을 듣고 있을 때였습니다. 바로 옆에 바위산이 보이는데 그곳에 올라서면 전체를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 가시덤불을 헤치며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르기가 어려워 다시 돌아오는데 멀지않은 곳 커다란 바위 위에 페허가 된 사원이 보이는군요.

사진에 담아보고자 서둘러 길을 나섰습니다. 길을 따라 가다보니 폐허가 된 사원들과 긴 바위 기둥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역시 바위산을 올라야 전체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올랐는데 상상했던 것만큼 좋은 그림은 나오지 않는군요.

높은 곳에 올라서니 사방에 페허가 된 사원들이 널려있습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한참 동안 사진을 찍다가 보니 아침에 비루파크샤 사원 앞에 봤던 것과 비슷한 바자르가 아주 넓고 길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관광객들이 자그마한 사원을 둘러보고 있다.

눈을 황홀하게 하는 광경입니다. 그 너머로 커다란 사원이 보이는데 ‘오늘 찾기로 한 곳이 아마 저 사원인가 보구나’하고 또 부지런히 걸어봅니다.

별 생각없이 나선 길이라 물 한 통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목이 타들어 가는 거 같네요. 먼저 사원을 다녀오는 사람들을 만나면 물을 좀 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용기도 나지 않아 참고 한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일행이 보이지 않는군요. 설명이 길어지나 하고 사원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도착한 곳은 아츄타라야 사원이라고 합니다. 폐허가 돼 허물어지다 남은 흔적만으로도 어떤 사원이었는지 느끼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원 벽면이며 정문 곳곳에 수많은 조각들이 새겨져 정신을 차릴 수 없습니다.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다보니 목마름도 잊었네요.

한참이 지났는데도 일행이 도착하지 않아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려보자 생각하고 있는데 사원 뒤로 큰 바위산이 보입니다. 마탕카 힐이라고 불리는데 정상에 자그만한 사원들이 보여 일행이 오기 전 얼른 다녀올까 하고 조금 무리를 해 올랐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일행이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죠.

정상에 거의 다다랐지만 밑을 내려다 봐도 일행들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슬슬 걱정이 돼 산을 내려와 왔던 길을 되짚어 부지런히 달려봅니다.

얼마나 달렸던지 목이 타올라 걷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마침 큰 사원 앞에 도착하자 생수장사가 있어 다행히 갈증를 풀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함피에서 가장 유명한 비탈라 사원이라고 하네요. 들어가보려 하자 티켓을 달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온 일행이라고 알리자 “그들은 이미 관람을 마치고 나갔다”고 합니다. 어느 쪽으로 갔느냐고 묻자 큰 길로 가라네요. 서둘러 일행을 찾으러 가려다가 그래도 이곳까지 왔는데 사진을 찍어보자 하고 가능한지 묻자 사원 앞에서만 찍으라네요. 얼른 사진 몇 장을 찍고는 일행을 찾아 나섰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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