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배 화백의 ‘삶의 정수를 찾아가는 여정’
강요배 화백의 ‘삶의 정수를 찾아가는 여정’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8.06.10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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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서 개인전 1부 ‘상을 찾아서’, 2부 ‘메멘토 동백’ 연달아 개최
<보라 보라 보라>(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182×518cm, 학고재 제공)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제주4·3의 처절함을 그림으로 세상에 알려낸 역사화 ‘동백꽃지다’의 강요배 화백 작품이 2년여만에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시작은 최근 2년여간 제주의 모습을 담은 ‘상(象)을 찾아서’이다. 제주의 바다와 하늘, 한라산, 나무와 꽃을 그린 1부 전시회는 오랜 시간 제주를 바라본 그의 따뜻하고 정감있는 시선이 전해진다.

전에 없이 많은 눈이 내렸던 지난 겨울 제주, 작업실 앞 설경을 담은 풍경은 자연의 풀냄새가 묻어나고 500호의 대작 항산은 눈보라가 휘날린 다음날 산을 뒤덮은 눈에 반사된 빛이 물결친다. 인상, 심상, 추상으로 이어지는 그의 30여점 작품에서 작가의 ‘삶의 정수를 찾아가는’ 여정이 큰 호흡으로 전달된다.

<수평선>(2018, 캔버스에 아크릴릭, 112×162cm, 학고재 제공)

이어지는 2부 ‘메멘토, 동백’은 1989년부터 2017년까지의 작품을 ‘동백꽃지다’와 ‘동백 이후’ 두 카테고리로 나눠 선보인다.

4·3을 겪으면서 같은 이름 석자를 가진 이들이 무고하게 끌려가 처참하게 희생당해야 했던 현실을 목격한 화백의 아버지는 아무도 같은 이름이 없을 것 같은 ‘요나라 요(尧)와 북돋을 배(培)’로 작가의 이름을 지었다.

작가의 현실인식은 필연적이었을까? 미술교사 등을 거친 그는 한겨레신문에 소설가 현기영의 ‘바람타는 섬’ 삽화를 그리며 고향 제주섬의 역사에 빠져들었다.

훗날 알려진 그의 작가노트에는 “알 수 없는 공포의 장막, 저 너머에 있는 내 고향 제주, 그 섬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 폭압과 살인 기제의 작동, 감시에 의한 인멸과 봉인, 살아남은 사람들의 울분과 눈물, 그리고 침묵”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1992년 학고재에 그가 걸어 올린 ‘강요배 역사그림-제주민중항쟁사’는 작품은 그렇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2부 전시회는 이달 22일부터 7월15일까지 열리며 미술과 회화 본질을 넘나든 작가의 인생과 깊은 사색이 오롯이 전해진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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