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피는 마을’의 꿈
‘복사꽃 피는 마을’의 꿈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8.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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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중국 동진(東晉) 때의 시인 도연명은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는 낙원을 그렸다.

그곳엔 복사꽃(복숭아꽃)이 화려하게 핀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고 하나같이 친절한 사람들이 수백년간 죽지도 않고 여유롭게 살고 있다고 했다.

이 무릉도원 이야기는 중국, 한국, 일본 등에서 이상향(理想鄕)으로 묘사돼왔다.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은 어느 날 꿈에서 본 ‘복사꽃 피는 마을’을 안견(安堅)에게 그리게 했는데, 이 그림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도화원기’를 바탕으로 한다.

안평은 세종 30년(1448년) 제주목사인 신숙청(辛淑晴)이 관덕정(觀德亭)을 세울 때, 현판을 썼다. 관덕(觀德). 관덕의 의미는 “평소 마음을 바르게 하고 훌륭한 덕을 닦는다”는 뜻이다.

‘사자소이관성덕야(射者所以觀盛德也, 활을 쏘는 것은 높고 훌륭한 덕을 보는 것이다)’란 글에서 따왔다.

▼복숭아(桃, 도)의 원산지는 중국 황하 상류다.

복숭아, 복사꽃의 상징은 미(美)와 색(色)이다. 복숭아를 먹으면 예뻐진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전한다. 복숭아 중에서도 살과 물이 많고 단 수밀도(水蜜桃)의 맛은 일품이다. 연분홍 색감에 둥그런 곡선, 가는 봉합선의 골이 있는 외양도 탐스럽다. 그래서 여성의 이미지와 연결시키곤 한다.

서양에서는 둥근 배처럼 생긴 엉덩이를 으뜸으로 치는데, 동양에서는 복숭아처럼 생긴 엉덩이를 제일로 꼽는다하니 더욱 그럴듯하다.

복숭아 빛깔이라는 도색(桃色)의 뜻이 도색 사진, 도색 영화 등의 영역으로 쓰이는 것도 이런 연유가 아닐까.

도화살(桃花煞)은 호색과 음란을 뜻한다. 이 때문인지 우리 선조들은 복숭아나무를 집안에 심지 않았다.

기생이나 애첩을 도엽(桃葉), 도근(桃根), 도화(桃花)라고 부르고, 도(桃)자가 들어간 이름은 유녀(遊女)에게나 붙였다.

그러고 보니 화류계 여인들의 부채도 도화선(桃花扇)이 아닌가.

▼하지만 ‘복숭아 밭’은 낙원 사상의 무릉도원(武陵桃源)이나 성스러운 도원결의(桃園結義)의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

그만큼 아름답고 높고 기품이 있다.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이 2년 전에 면(面) 이름을 ‘무릉도원’면으로 바꾸고 관내 무릉리 도원리 등에 복사꽃을 많이 심었다.

그러자 전국에서 귀농 인구들이 모여들고, 마을의 규모가 매우 커졌다.

복사꽃을 내건 마을은 여기만 아니다. 강릉 복사꽃마을 등 전국에 여럿 있다.

특히 서울 마포구 도화(桃花)동 사람들은 복사꽃 복사골 공원을 복원했다. 또 봄마다 복사꽃 천지가 되는 부천에서도 매해 복사골예술제가 열린다.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도 ‘복사꽃 피는 마을’을 모티브로 한 마을 키우기에 나섰다.

올해는 마을에 4~5년생 복숭아 나무 1200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이를 관광자원화하고 복숭아 열매를 효소로 재생산, 판매해 소득을 올릴 계획이라니 관심이 쏠린다.

▼복사꽃은 우리의 조상들이 가장 좋아하던 꽃 중의 하나였다. 옛날 우리나라는 봄철이 되면 진달래·개나리꽃과 함께 복사꽃·살구꽃이 유명했다.

특히 복사꽃은 살구꽃과 함께 유실수의 꽃이었기 때문에 집 주위에 많이 심어서 더욱 우리 선인들의 생활과 친근했다.

그리하여 구한말에 황성신문(皇城新聞)에서는 우리나라의 국화(國花)를 복숭아꽃(복사꽃)으로 지정하자고 발론(發論)한 일이 있었다.

복사꽃은 봄볕에 타는 듯 붉은 꽃을 가득히 피운다. 그래서 ‘귀신에 복숭아나무 방망이’라는 속담처럼 나쁜 것을 쫓는 용도로도 쓰기도 했다.

무릉리 사람들이 복사꽃 나무를 심는다는 보도(본지 5월 9일자)를 보며 안평의 꿈과 희구(希求)를 생각해 본다.

그러나 꿈은 꿈일 뿐이다.

매사가 그렇듯이 힘써 노력하지 않으면 되는 게 없다.

복사꽃이 피면 무릉2리 올레길을 다시 가보고 싶고, 그 길에서 안평이 꿈꾸었던 그 진정한 희구를 짚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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