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맞으며 제주4.3 큰 성과 만들었지만
초토화된 제주섬 일궈낸 제주민이 자랑스러운 역사“
“70주년 맞으며 제주4.3 큰 성과 만들었지만
초토화된 제주섬 일궈낸 제주민이 자랑스러운 역사“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8.06.02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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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현대사를 만나다’ 토크콘서트 개최
양조훈-김종민, ‘4·3은 말한다’ 연재부터 70주년까지 생생한 역사 전해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11년간 제주4‧3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4›3진상규명과 4·특별법제정에 상당한 역할을 해온 양조훈 제주4·3재단이사장과 김종민 전 제주4·3위원회 전문위원은 4·3으로 초토화된 제주를 일궈낸 ‘제주도민의 극복의 역사는 자랑스러운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4·3의 원뿌리가 분단과 미군정에 있었던만큼 체계적인 역사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2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주진오)이 ‘제주4‧3 70주년 기념 특별전-제주4‧3 이젠 우리의 역사’와 연계해 주최한 토크콘서트 ‘한국현대사를 만나다’ 첫 주인공으로 초대받은 두 주인공공은 이같이 말했다.

격동의 시기, 1987년 6월항쟁 이후 민주화의 봄은 언론계에도 퍼져나갔고 제주사람이면 누구나 가슴에 묻어둬야 했던 제주4·3을 본격적으로 꺼내들어야 한다는 의지로 시작된 보도는 무려 5000명이 넘는 4·3증언자 채록과 500회 가까운 연재로 이어졌다.

당시만 해도 ‘제주4·3은 북한에 의한 폭동’이라고 교과서에 실린 제주4·3의 진실을 파헤친다는 건 일대 사건, 보수정권의 압력과 이념논쟁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양 이사장과 김 전 위원은 그중에서도 4·3탐사보도의 대표적 성과인 오라리방화사건과 이승만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령 선포, 다랑쉬오름으로 상징되는 참혹한 역사 등에 대한 여러 설명을 이어나갔다.

또 2000년 국회에서 통과된 4·3특별법과 이후 제주4·3위원회 발족 이후 미국의 국가정보기관으로부터 찾아낸 사료와 자료집발간, 보수우익이 제기한 6건의 소송과정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양 이사장은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에 직접 와서 국가폭력에 대한 사과를 하고 4·3위원회가 진상보고서를 만들었는데, 광주5·18의 경우에도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았지만 공식사과와 진상조사보고서는 없다”고 4·3진상규명운동의 성과를 강조했다.

김 전 위원은 ‘가장 기억에 남는 4·3증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8살에 경찰에 의해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5살과 3살 동생을 한꺼번에 잃고 집마저 불타 시신도 수습하지 못한 분이 계셨다”며 “그런데 그분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내 나이가 15살이었다면’이었고 그 의미가 15살만 됐어도 가족들을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테고, 하다못해 불에 탄 가족들의 시신이라도 수습할 수 있었다는 의미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은 “올해 70주년을 맞아 4·3의 정명을 이야기하며 일부에서는 ‘항쟁’이라는 이름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상당히 소극적인 개념이라 생각한다”며 “우리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보면 대개 열흘 안팎이지만 제주4·3은 무려 7년7개월간 제주사회 전체에서 벌어진 일이고 또 전체 희생자의 10분의 1정도이지만 무장대에 의해 희생을 당한 경우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위원은 “탄압이 없는 항쟁은 없듯, 한국 현대사에서 분단과 통일운동의 성격을 포함한 상당히 복잡한 성격을 갖고 있는만큼 길게 바라보고 항쟁이라는 표현에 국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중요한 것은 제주도민들이 그 참혹한 세월을 이겨내 아름다운 제주섬을 만든,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뤄냈다는 점”이라고 제언했다.

올 70주년 4·3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패봉안실 등을 설명한 양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자’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상당한 힘을 얻었다”며 “70주년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 4·3문화제를 하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4·3특별전이 열리는 등 상당한 성과를 일궈내 전국화, 보편화됐지만 구호로서가 아닌 궁극적으로 미국의 책임, 관여에 대한 체계적 접근 역시 중요한 과제인 만큼 마지막까지 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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