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아열대작물 어떠세요!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아열대작물 어떠세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3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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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구 제주대 화학·코스메틱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최근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이슈로 난리법석이다. 실제로 지난 100년(1906~2005) 동안에 지구 평균 기온이 0.74 ± 0.18℃ 상승했고, 우리나라인 경우 세계 평균온도 상승폭의 2배인 1.8℃가 상승돼 더더욱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심지어 앞으로 3년 후면 농경지 면적의 약 10% 정도가 아열대기후대에 들어가고 2080년 정도가 되면 60% 이상이 아열대기후에 속할 것이라는 경고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건목수생(乾木水生)이라 했던가? 비록 마른 나무에서 물을 짜 내려하듯, 엉뚱한 상상일지도 모르나 ‘지구온난화가 제주지역과 경제에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는 분야는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다시 말해 위기 순간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나 부위정경(扶危定傾)처럼 대안은 없는 것일까?

3년 전 제주대 영재교육원 주임교수 시절, 중등학생 대상의 영재교육원 입학시험에 ‘지구가 더워지면 이로운 일들은 없을까?’라는 내용의 문제를 출제한 바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답안 내용 중에는 ‘열대과일을 키워서 자주 먹을 수 있다’, ‘북극에 빙하가 녹아서 뱃길이 편리해진다’ 등 해맑은 답안을 접했던 생각이 난다. 어떻게 보면 중등학생들의 답안지에 적혀있던 것처럼 제주는 우리나라에서 열대과일을 재배할 수 있는 최적지임에는 틀림없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국내 소비자들이 ‘감귤’이라고 하면 제주를 연상하듯이 ‘열대과일’ 하면 역시 제주를 연상하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다시금 해 본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아열대작물 재배로 고소득을 올리는 성공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재배 면적도 2015년 362㏊에서 2017년 428.6㏊로 해마다 늘고 있으며, 이런 사실을 반영이나 하듯이 전남, 전북 등 남부지방뿐만 아니라 중부지방 지자체들도 아열대작물을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설정해 집중적으로 보급·육성하고 있다.

그러면 제주의 상황은 어떠한 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기후조건으로 인해 아열대작물에 대한 재배환경이 유리하다는 점을 뒤로 하더라도, 제주에는 국가 아열대작물 재배와 보급을 총괄하는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가 있어 다른 지자체에 비해서 아열재작물 산업 육성에 우수한 여건이 마련돼 어느 지역보다도 아열대작물 재배 여건이 뛰어나다.

제주지역 농가들도 새로운 미래 소득작물로서 아열대 작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이 바나나, 커피나무, 패션후르츠, 구아바 등 재배농가가 2015년 대비 10배 증가하고 있으며 아보카도, 아떼모야, 파파야, 체리파인애플, 두리안 등의 농가 재배도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먹방과 쿡방 프로그램 등에서 열대과일과 채소들을 음식 재료로 소개하면서 아열대작물들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또 희소성을 즐기는 ‘얼리테이스터’들이 늘면서 열대과일들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블루베리나 체리, 망고의 소비는 오래전 이야기이고 최근에는 망고스틴, 두리안 등의 고가 열대과일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아열대작물 최적의 재배지는 제주이고,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등의 인프라도 훌륭하며 국내 수요도 걱정이 없다. 결국은 제주의 대표 생명자원으로서 아열대작물도 감귤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생각이 든다.

중국 한대(漢代) 초기에 저술한 ‘회남자(淮南子)’에는 ‘욕치어자선통수(欲致魚者先通水) 욕래조자선수목(欲來鳥者先樹木)’이란 대목이 있다. 물고기를 오게 하려거든 물길을 먼저 트고, 새를 오게 하려거든 나무를 먼저 심으라는 뜻이다. ‘어떤 것을 얻으려면 철저히 준비하라’는 의미로 아열대작물을 제주의 생명작물로 성장을 바란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자체는 감귤산업에 지원규모와 내용에 필적하는 아열대작물 재배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학계는 제주에서 재배되는 아열대작물의 기능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주의를 실천해야 하며, 기업은 생과위주의 소비 진작과 더불어 가공제품 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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