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선택
6·13 선택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2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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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동국대 영상대학원 부교수

[제주일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마다 후보 간 접전이 뜨겁다. 제주는 불행히도 제주도지사 후보가 테러를 당하는 사태까지 빚었다. 최근엔 흑색선전과 비방전이 난무하며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선거철마다 이 후보가 아니면 이민을 간다, 내 손에 장을 지진다 하며 확신을 하지만 그 후보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다.

선택 중에도 사람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일 것이다. 그 다음 어려운 것이 아마 정책 판단일 것이다. 좋은 정책은 적어도 2년에서 5년은 지나야 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영화 관련해서 두 번의 데모를 한 적이 있는데 두 번 모두 후회를 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어줍잖은 변명을 해야 하는 선택이었고 행동이었다.

첫 번째는 스크린 쿼터 축소 반대 데모였는데 젊은 혈기에 삭발까지 했다. 동료 감독이었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마저 여성임에도 삭발을 하는 근기를 보였다. 그 만큼 절실했던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창동 문화부 장관 시절에 한미 FTA 협상 전제조건으로 스크린 쿼터를 스스로 축소하다니 이해할 수도 없었고, 스크린 쿼터 축소로 한국영화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반대였다.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시위대에서 필자도 목소리를 높였었다. 일본을 방문하고 안 나의 지식으론, 일본의 다양한 장르가 한국에 그대로 상륙할 경우 적어도 몇 부분의 영화산업은 크게 위협을 받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결과는 달랐다. 스크린 쿼터 축소는 한국영화산업에 크게 영향을 못 끼쳤다. 물론 그 대비책을 위해 정부와 영화인들이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한국이 타격을 입기는커녕 오히려 상호 개방으로 일본인들이 한국 드라마,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고 한류의 근원인 자본이 일본으로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 영화산업이 국제화가 된 첫 번째 계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정책에 대한 판단은 실수하기가 쉽다. 스스로 선택해 제 발을 도끼로 찍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선택하기 전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선택을 한다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 그것이 그 사람의 정체성이고 본색이다. 아무리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고 영화 제목처럼 외쳐 봐도 그 사람의 선택을 바꿀 방법은 없다.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을 져야하는 것 역시 당연지사다.

사람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지만 딱히 믿을만한 건 없다.

특히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고 사주팔자 놓고 관상만으로 판단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정치인이라면 다르다. 정치인은 걸어온 길(행동)이 있고 해 온 말이 있으며 무엇보다 그가 내놓은 정책이 있다. 앞서 말했듯 정책을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정치인을 판단하는 데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정책 판단은 거시적, 종합적 관점의 지혜가 필요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필요한 게 있다. 판단하는 자신의 사심을 버리는 일이다. 빠르면 2년 혹은 5년 후에나 결과가 나오는 정책의 효과를 자꾸 자신과의 관계나 이익과 견주어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다.

특히 제주처럼 지연, 학연이 많이 엉켜있는 지방에서는 그 현상이 더욱 심한 편이다. 정책은 나나 내 주변 사람만을 위한 게 아니다. 이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한 것이다. 때론 나나 내 이웃이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길게 봐서는 결국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정책들도 있다.

유권자로서 사심을 버리고 후보자들 공약 속의 정책을 중시해 본다면 우리 스스로가 혼탁한 선거를 막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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