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폭력, 민주주의 근간 해치는 ‘거악’
선거폭력, 민주주의 근간 해치는 ‘거악’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5.1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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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2016년 말부터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4월말까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세운 촛불혁명에는 1600만명 넘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락하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왜곡됐다. 이에 국민들이 맨몸으로 저항했다. 국민들은 매주 토요일 집회를 통해 박근혜 퇴진을 외쳤으며, 그를 권좌에서 끌어 내렸다. 촛불혁명이다. 근간은 비폭력이다. 전 세계는 대한민국의 성숙한 민의에 존경을 표했다. 그리고 환호했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가 비폭력이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설령 폭력이라는 수단을 통해 목적을 이뤘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한시적일 뿐 영원할 수 없다. 그 끝은 언제나 불행했다. 이는 지난 역사가 증명한다.

제주지사 선거전에 나선 원희룡 예비후보가 그제(14일) 제주 제2공항 반대 단식농성을 했던 주민으로부터 폭행당했다. 제2공항 건설 문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장에서다. 이날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김 모 부위원장이 단상 위로 뛰어 올라가 원 예비후보에게 계란을 던지고 얼굴을 폭행했다. 이날 합동토론회에는 원 예비후보를 비롯해 제주도지사 선거전 출사표를 던진 5명 모두 참석했다. 원 예비후보는 어제(15일) 오전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원 예비후보는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했던 그 분의 마음을 헤아려본다”며 “그 분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엄밀하게 지금 대한민국이 이정도의 민주주의를 누리게 된 것은 정치테러가 난무하던 광복 직후부터 엊그제까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해 피땀 흘린 선량한 시민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폭력을 동원하지 않았으며 폭력에 의존하지도 않았다. 군과 경찰을 비롯해 국가권력을 개인권력처럼 다루던 암울한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그들은 오로지 비폭력으로 민주주의를 외쳤다. 폭력이 선거판에 다시 등장했다. 그것도 도지사 후보들이 합동토론회가 열리는 제주에서 발생했다.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입장은 반대와 찬성의 입장이 엄연하게 제주사회에 존재한다. 제2공항은 섬인 제주와 타지방을 연결하는 연륙교통망 확충 차원에서 한 때 도민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얻었다. 한반도의 외딴 변방, 섬 제주의 한계를 완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으로 이해됐다. 그런데 과도한 개방으로 제주 곳곳에 생채기가 생겨나고, 이 과정에서 ‘개방의 악역 ’으로 공항이 부각됐다. 도민들의 정서가 변하면서 제2공항에 대한 반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찬성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자신의 주장만 옳고 또 자신이 이겨야 정의의 승리라는 판단은 독선이고 오만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판에서 법과 질서가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할 때다.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주시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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