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돼지 신부님' 맥그린치 신부 영면
'푸른 눈의 돼지 신부님' 맥그린치 신부 영면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04.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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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당신의 고귀한 삶을 기억하겠습니다.”

지난 23일 90세를 일기로 선종한 패트릭 J.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의 장례미사가 27일 제주시 한림읍 성이시돌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집전됐다.

이날 장례미사에는 성직자와 신자 등 2000여 명이 참석해 맥그린치 신부의 업적을 되새기고 그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했다.

미사를 집전한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은 “신부님은 전쟁의 광풍 속에 온 국민이 가난하고 고통스럽던 때 제주에 와 한림성당을 짓고  황무지를 일궈 드넓은 목장을 만드셨다”라며 “이후에도 피정의 집, 수녀원, 요양원, 젊음의 집, 호스피스 병원까지 지으시면서 농민들과 지역 주민들이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셨다”라고 말했다.

강 교구장은 이어 “임 신부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멋지고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평안히 쉬십시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맥그린치기념사업회 대표인 양영철 제주대 교수는 “신부님은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고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공동체를 이뤄 추진하며, 개발이익을 사회복지로 연결하는 ‘맥그린치 모델’을 남겼다”며 “신부님의 지역개발 모델과 사랑은 기념사업회가 이어가겠으며 65년간 제주에서 한라산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사신 신부님,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장례 미사 후 맥그린치 신부는 이시돌 글라라수녀원 묘지에 안장됐다.

한편 장례미사에 앞서 한림성당을 출발한 운구 행렬이 고인의 손길이 닿았던 곳을 지날 때마다 신자들과 주민들이 나와 고인의 명복을 빌었으며 영구차가 성이시돌 글라라 수녀원에 도착하자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채 수도생활을 하던 수녀 20여 명이 나와 고인을 위해 10여분 간 기도했다.

고인은 1928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1954년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선교사로 제주에 발을 디딘 후 성이시돌 목장을 설립하고 척박한 한라산 중턱 산간을 일구면서 새로운 농업기술을 전파하는 등 제주 축산업의 기반을 다지면서 ‘푸른 눈의 돼지 신부님’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고인은 ‘아시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비롯해 적십자상, 제주도문화상 등을 받았고 1973년 제주도 명예도민증을 받았다. 2014년에는 한국에서 반세기 넘게 선교와 사회사업에 몸 바친 공을 인정받아 고국인 아일랜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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