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제주문화콘텐츠 코드화
4·3의 제주문화콘텐츠 코드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4.1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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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심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논설위원

[제주일보]  4월은 참으로 가슴 아픈 달이다. 4월은 제주도에서 해방의 기쁨도 못 누려보고 이념을 두둔하면서 4·3을 폭도들의 진압으로 내몰았던 6~7년의 긴 세월을 상징하는 달이기도 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4년 전 세월호의 침몰로 아까운 어린 생명들이 소리 한번 못 질러보고 열길 물속에서 사라졌다.

올해 4·3은 70주기를 맞아 대대적인 홍보자료를 통해 제대로 4·3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술 문화계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4·3과 관련한 전시, 공연, 영화들이 이어졌다. 인권유린과 이념에 대한 모순들을 자료를 통해 바로 세우며 아픈 과거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우리는 1만4232명의 희생자에 대해 드러내고 아픈 곳을 어루만지기 시작한 것이다.

제주신화 속에서는 아픔과 한을 꽃으로 치유했다. 제주신화의 서천(西天)꽃밭 무대는 인간의 한을 풀어낼 수 있는 꽃들이 있다. 서천꽃밭은 초기 인류들이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주변에 있는 식물들을 관찰해 그 성질과 모양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친 신화 속 무대 중 하나이다. 초기 인류들은 신화를 통해 죽음에서 다시 살리기도 하고 영원히 멸망시키기도 한다.

제주신화 서천꽃밭 속에 뼈 살이 꽃은 신화 속에서 ‘칠흑같이 검은 뼈 살이 꽃’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앙상한 뼈들을 모아두고 뼈 살이 꽃을 뿌린다. 살 오를 꽃은 앙상한 뼈 위에 살이 붙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꽃으로 ‘살빛처럼 샛노란 살 오를 꽃’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장육부 꽃은 인간의 장기 중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오장육부 살리는 오장육부 꽃’이다. 피 오를 꽃은 신화 속에서 ‘피 빛처럼 새빨간 피 오를 꽃’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사람의 신체에 생명의 상징인 피의 성질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 꽃 이름이기도 하다. 숨 오를 꽃은 우리 인체의 심장과 연결되며 신화 속에서 ‘물빛처럼 새파란 숨 오를 꽃’으로 표현되고 있다. 혼 살이 꽃은 혼을 불어넣어주는 꽃으로 신화에서는 ‘눈처럼 새하얀 혼 살이 꽃’으로 표현하고 있다.

신화 속에서도 인간의 삶을 건강한 신체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육체의 내부, 뼈, 살과 정신적 혼을 포함하는 동양의 철학이 담겨있다. 이렇게 죽은 영혼은 뼈와 살, 오장육부, 심장, 피 그런 다음에 환생한다. ‘환생 꽃’은 누구나 이생의 삶을 영원히 누리고 싶어 하는 데에서 출발한 듯하다. 엘리아데 말처럼 신화 속의 모습들은 상모적(象貌的)으로 실제의 모습을 근거로 상상해 실재와 우주와 연결한다. 초기 인류들은 이런 환생관련 꽃들이 서쪽하늘에 있을 것으로 상상한 것이다. 지금도 우리가 장례식에서 국화를 받치고 고인의 명복을 빌듯이 환생하여 다시 우리 곁에 머물기를 기원하는 것은 아닐까싶다. 국화꽃처럼 꽃잎이 계속해서 피어나듯 그 속에서 새롭게 환생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 민족성을 나타내는 오방색으로 검은색,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하얀색이 등장한다. 그 밖의 생불 꽃, ‘싸움 싸울 꽃’, ‘수레멜망 꽃’, ‘웃음 웃을 꽃’등 감정을 나타내는 꽃 이름들이 나타나는 것으로 볼 때 더 다양한 감정의 꽃 이름들이 있었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가슴 아픈 일들이 많지만 그것을 다 되와 말로 갚지는 않는다. 이렇듯 신화 속 이야기처럼 우리는 상상해 모든 억울함을 풀어낼 수 있는 상상의 동물이며 영적인 존재인 것이다.

4·3은 70년 동안 묻어두지 않고도 그 억울한 영혼을 달랠 수 있었다. 모든 일을 다 책임지라는 것도 아닌데도 드러내고 슬퍼할 수도 없었던 세월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이 가슴 아픈 이야기를 어떻게 인권과 평화와 통일기원으로 이어 나갈 것인가라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꽃이 피고 지면서 앙상한 가지가 잎으로 덮이고 그 속에서 꽃으로 열매로 생명력을 키워내는 4월에, 4·3과 함께 꽃으로 풀어내는 제주신화 이야기를 4·3의 문화콘텐츠 코드로 전개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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