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 올 4월을 기다리며
어김없이 찾아 올 4월을 기다리며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8.04.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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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용기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 온 아픈 계절 4월….”

유난히 눈물이 많은 달이다. 어느덧 이달도 중순을 지나고 있다. 제주 살이 2년 차를 맞으며 찾은 올해 70주년 4·3 추념식 현장.

지난해 수습기자로 추념식을 따라왔을 땐 보이지 않았던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올해 4·3 추념식은 지난해와는 달랐던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숙영씨의 편지 낭독을 듣자 토벌대 등이 도민 3만명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가족들이 억울하게 희생된 후 “어머니, 늦은 밤에 왜 그렇게 우는거에요?”라는 질문조차 던질 수 없었다던 이씨의 편지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숙여 눈물을 흘렸다.

또 행방불명된 형의 묘석 앞에 앉아 술로 서러움을 달랬던 할아버지, 이제는 진실을 밝혀 달라고 말 할 수 있어 다행이라던 할머니까지…. 지난 70년의 기억을 이분들처럼 되짚어 볼 순 없지만 어떤 상황이었는지 통한의 세월을 짐작하며 말씀해 주신 내용을 조심스럽게 취재수첩에 적어 내려갔다.

가슴이 아렸다.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 같아 질문이 죄송스럽기까지 했다. 술로 서러움을 달래던 한 할아버지의 “그래도 이제는 알려야지”라는 말이 힘이 됐던 지난 3일이다.

하지만 국회는 4·3특별법 개정이라는 과제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심사소위원회가 자유한국당 소속 위원들의 불참으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 전부개정안 심의가 무산됐다. 국회는 수년 째 4·3의 눈물을 보지 않고 있다.

연말까지 4ㆍ3 추모행사가 전국에서 열리고 있다. 전국에서 퍼지는 4·3 추모 물결이 국회로 닿기를 바란다.

어김없이 찾아 올 아픈 계절을 기다리며.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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