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고 있는 제주의 고농도 미세먼지
심화되고 있는 제주의 고농도 미세먼지
  • 제주일보
  • 승인 2018.04.0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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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제주대 화학·코스메틱스 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제주의 사계절 중 가장 으뜸은 봄이 아닐까 싶다. 제주의 봄은 파란 하늘, 화창한 날씨, 그리고 화사한 벚꽃과 노란 유채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개나리, 진달래, 철쭉…. 형형색색으로 만개한 봄꽃이 온 섬을 물들이면 봄은 절정에 다다른다. 이렇게 제주의 봄은 어디를 가든 청명함과 화사함으로 가득하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계절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파란 하늘이 뿌연 먼지와 탁한 공기로 덮여 봄의 청명함을 잃어가고 있다. 오히려 밖으로 나가려던 발길을 멈추고 문을 걸어 잠그고, 더욱이 마스크까지 챙기면서 봄의 푸르름이 누렇게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기가 아주 청정한 상태에서는 시정거리가 25㎞ 이상을 유지한다. 따라서 제주시내에서 백록담 정상의 계곡이 선명하게 잘 보이는 정도면 대략 직선거리가 20㎞ 가까이 되기 때문에 대기질이 청정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 상태에서는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사라봉조차도 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만큼 가시거리가 짧았다.

대기 중의 미세먼지(PM10)는 크기가 10 마이크론(μm)보다 작은 입자들을 의미한다. 반면에 초미세먼지(PM2.5)는 크기가 2.5 마이크론보다 작은 입자이다. 사람의 머리카락 두께는 보통 50~70 마이크론 정도이다. 따라서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두께보다 5~7배, 초미세먼지는 20~28배 정도 더 작은 크기의 먼지이다.

미세먼지는 대기오염물질이 대기 중에서 반응한 황산암모늄, 질산암모늄 등을 포함한다. 또 석탄과 석유 화석연료 연소에서 발생하는 탄소화합물과 검댕(매연), 지표면 흙먼지와 해염의 무기원소 등으로 구성된다. 국내 미세먼지의 조성은 염 물질이 58.3%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탄소류와 검댕(16.8%), 토양과 해염 성분(6.3%) 등이 주성분을 이루고 있다.

호흡 시 체내로 흡수된 미세먼지에서 2.5 마이크론보다 큰 입자들은 대부분 호흡기 상부기관에서 걸러진다. 그러나 이보다 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는 폐포까지 침투하여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초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염 물질들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폐포에서 이온상태로 혈액에 녹아 혈관을 따라 체내를 이동한다. 그리고 천식, 진폐증 외에도 심근경색, 혈관장애, 동맥경화 등의 심혈관질환을 일으킨다.

지난주에 전국을 뒤덮은 고농도 미세먼지 역시 초미세먼지가 높은 수준을 나타내었다. 3월 25일 밤부터 높아지기 시작한 고농도 미세먼지는 30일 밤까지 5일 내내 높은 농도를 유지하였다. 제주도에서도 26일 오후에 미세먼지가 ㎥ 당 110μg까지 상승하여 올들어 최고의 농도를 나타내었다. 이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발생하여 한반도로 이동했고 제주도의 경우 대부분 중국발 오염물질의 영향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수도권지역에서는 여기에 자체적으로 발생한 오염물질까지 부가되면서 서울이 베이징보다 더 높은 농도를 나타내기도 했다.

우리나라 대기 상층부의 바람분포를 보면 봄, 가을철에는 주로 서풍 계열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북서풍이 주류를 이루고, 여름철에는 남풍 계열의 바람이 많이 불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주로 봄과 가을, 겨울에 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장거리 이동돼 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제주도는 인구밀도가 낮고 산업시설도 거의 없는 국내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발생해 편서풍을 타고 이동하는 장거리 수송 오염물질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주에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 역시 중국의 오염 영향에 기인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도는 청정 대기질을 관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스스로 관리 역량을 키워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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