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현수막, 도시 품격을 떨어뜨린다
불법 현수막, 도시 품격을 떨어뜨린다
  • 제주일보
  • 승인 2018.04.0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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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교통 요충지마다 내걸린 불법 현수막은 도시의 품위를 떨어뜨린다. 제주시가 불법 현수막을 없애기 위해서 과태료를 부과하는등 단속을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하지만 크게 효과가 없다. 단속도 어렵거니와 과태료가 낮아서 경각심을 심어주지 못하는 때문이다.

아름다운 도시 디자인은 도시 품격을 높이는 관광 자원이다. 불법 현수막이 난무하면 건축물과 가로 환경개선, 공원 조성 등 도시 디자인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만큼 도시의 품격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제주시가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30일까지 학교 및 통학로 주변의 불법 유동 광고물을 단속한 결과 모두 1만3499건에 달했다고 한다. 가는 곳마다 불법 현수막이 판을 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유해환경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학교정화구역을 정한 학교 주변이 이 정도이니 다른 곳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제주시 단속 결과 주택 분양 현수막이 많았다.

불법 현수막을 근절하지 못하면 그동안 많은 공을 들인 도시 디자인이 헛수고가 된다. 그렇다고 현수막이 없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외국을 나가보더라도 다리 위나 아름다운 가로수길 아래 멋진 현수막이 마치 예술작품처럼 펄럭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수막이 오히려 도시의 품격을 올려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일까. 상품 광고가 아닌 문화 공연이나 도시의 주요 행사를 알리는 공공성을 갖춘 세련된 디자인의 현수막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주변환경을 고려해 일정 구간에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걸려 있어 눈길을 끌면서도 정보제공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제주시에도 합법적인 현수막 게시대가 있다. 그러나 이 합법적인 게시대에 걸려 있는 현수막도 도시 품격을 떨어뜨리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현수막은 아이들이 볼까 민망한 내용도 버젓이 나붙어 있다. 공적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게시대는 주민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애초의 목적에 부합한 문화행사의 현수막을 내걸려는 문화단체는 자리잡기도 어려운데다 비용도 부담이다. 제주시가 특정 사업자에게 게시대 특혜를 베푸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 게시물의 디자인이나 내용을 보면 불법 현수막이 도시의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말할 명분도 없어진다.

불법 현수막을 없애는 방법은 두가지다. 우선 과태료를 높게 매기는 방법이 있겠고, 또다른 하나는 도시 디자인에 대한 주민 공감대 형성이다. 시민들이 불법 현수막 때문에 도시의 품격이 떨어진다는 공감대를 갖는다면 모든 시민들이 감시자가 될 것이다. 주민들 스스로가 도시 환경을 아름답게 지키고자 하는 욕구를 가져야 할 때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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