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4.3당시 폭력 사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4.3당시 폭력 사죄”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8.04.0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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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광화문광장서 ‘역사정의와 화해를 위한 기도회’…성명 통해 서북청년단 폭력 참회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70주년 맞은 제주 4.3사건은 이젠 제주 4.3민중항쟁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하고 있다. 하나님이 제주 4.3 피해자들과 국민들에게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질곡의 역사 속에 교회는 분단과 냉전을 신학적으로 정당화하면서 빛을 잃고, 일부는 신앙의 이름으로 자매·형제·부모 그리고 이웃을 총칼 앞에 서게 했다. 우리 안의 무서운 폭력성을 회개하고 우리의 잘못을 사죄한다. 냉전을 대물림해 온 70년의 아픔을 끌어안고 참 평화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겠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제주4·3 당시 제주도민들의 학살에 참여했던 ‘서북청년단(한국교회 청년들 중심으로 결성)’의 과오를 인정하고 참회했다.

4일 낮 서울광화문광장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주 4.3사건 70년, 역사정의와 화해를 위한 기도회’를 갖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제주 4․3 70년, 아픈 역사의 정의로운 화해와 상생을 위하여’라는 성명서를 통해 “제주4․3 사건은 해방공간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시기, 분단과 냉전체제 안에 장치된 구조적 폭력의 결과”라며 “민중들은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막아내기 위해 몸부림쳤나 결국 그들의 절규는 권력을 잡은 분단정권에 의해 ‘빨갱이’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국가가 자기 나라 국민들에게 적대적 냉전체제의 허울을 뒤집어씌운 채 애국 애족의 이름으로 집단학살을 자행했고 이것은 가슴시린 민족분단에 권력을 덧입혀 민중들을 죽음의 공포로 내몰아 버린 통치자들의 만행이며 집단적 광기의 극치였다”며 “이 질곡의 역사 속에 교회는 분단과 냉전을 신학적으로 정당화면서 빛을 잃고, 일부는 신앙의 이름으로 자매․형제․부모 그리고 이웃을 총칼 앞에 서게 했다”고 과오를 고발했다.

그러면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싸늘한 주검위에 흙 한줌 뿌릴 시간마저 빼앗긴 수난의 역사 앞에서 교회는 침묵했고 편을 가르고 등을 돌리며 편견과 아집에 사로 잡혀 스스로 심판자의 자리에 서서 죄악에 동참했다”며 “우리 안의 무서운 폭력성을 회개합니다. 우리의 잘못을 사죄합니다. 십자가 아래 화해의 여정에 무릎을 꿇고 참여합니다”라고 사죄했다.

이와함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제 한국교회는 집단살해로 인한 통곡과 냉전의 갈등을 대물림해온 지난 70년의 아픔을 끌어안고 참 평화와 상생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며 “제주 4․3사건이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다시 평화의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기도하며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종교계는 제주4·3 70주년 맞아 추모 열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일 대한불교조계종은 광화문광장에서 4·3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영산재를 봉행했다. 원불교 역시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천도재를 봉행한데 이어 광화문 국민문화제가 열리는 7일까지 천도재에 이어 특별법회를 이어간다. 천주교는 지난 2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주4·3 희생자와 유족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 데 이어 오는 7일 오후 3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제주 4·3 70주년 추념 미사’를 갖는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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