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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이를 생각하며김순신. 수필가·하귀일초등학교장
제주일보 | 승인 2018.04.03

[제주일보] 전 날만 해도 백목련 봉오리가 수줍은 듯 부불어 오를 듯 하였는데 밤사이 불어닥친 바람에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이 몹쓸 바람은 해마다 찾아와 목련꽃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나뒹구는 목련꽃을 보니 이 맘 때 스러져간 소망이가 다시 생각난다. 우리 집 소망이는 맨체스터 테리어와 보스턴 테리어의 잡종인 눈이 맑고 흰색과 검은 색이 섞인 멋진 개다. 집도 잘 지키고 주인의 발자국소리에도 좋아 어쩔 줄 모르는 녀석이었다.

그 날도 이 맘 때 주말 아침이었다. 소망이가 자기보다 덩치가 두 배나 큰 놈과 엉덩이를 맞대고 낑낑대고 있는 게 아닌가. 상대는 며칠 전부터 소망이의 주변을 얼씬거리던 누런색의 그 놈이었다. 그 놈은 나를 보자 겁에 질려 도망을 치려했고 소망이는 목줄 때문에 양쪽으로 당기는 고통을 당했다. 그렇게 서로를 잡아당겨도 두 몸이 분리되지 않음에 당황스러워 얼른 소망이의 줄을 풀어주었다. 그 놈은 소망이를 매단 채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 참 후 소망이는 넋 빠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소망이의 맑은 눈이 ‘그 놈이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당했어요.’라고 말하는 듯 했다. ‘네 탓이 아니야. 그 놈이 나쁜 놈이지.’

다음 날 소망이는 싸늘한 주검으로 아침을 맞았다. 수컷을 미워하며 원망해도 마음속 먹구름은 걷혀지지 않았다. 나중에 나의 행동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알고는 소망이에게 속죄하는 죄인이 되고 말았다. 개의 속성상 금방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컷의 거시기가 암컷의 몸에 들어가면 쉽게 빠지지 않는 구조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나의 무지에 가슴을 쳤다. 수컷이 나를 보자 도망치려 했던 것도 며칠 전 그놈이 소망이를 눈독들일 때 돌팔매질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날 소망이와 그 놈의 관계장면을 못 본 척 했어야 하는 거였다.

 

미투(me too) 운동 때문에 우리사회가 회오리치고 있다.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실망감, 배신감으로 남과 여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직장에서 남녀가 함께하는 회식을 피하고 가능하면 대면을 피하기도 한다니 우려스럽다. 남녀가 함께 서로 존중하고 배려 할 때 세상은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창조주께서 남자와 여자를 세상에 보낸 이유도 서로 부족함을 채우며 조화롭게 함께 살라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로 살아가기란 살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고 말할 수 있다. 사회가 여자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말이다. 우리나라도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이 제정되어 남, 여가 모든 영역에서 차별 없이 평등실현을 지향하고 있으나 현실은 성차별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만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례가 여성을 성(性)적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다.

미투(me too)에 자신을 밝히는 이는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이다. 스스로 치유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출임과 동시에 남 여의 성(性)적 평등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외침인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들과 함께하며 이 사회의 썩은 곳을 도려내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피해자들에게 ‘네 탓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격려와 지지를 하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우리 소망이가 그 큰 개와 몸을 섞고 싶지 않았지만 약해서 어쩔 수 없이 당했듯이 말이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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