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아픔의 기억에서 핀 ‘인고’의 가치
4·3, 아픔의 기억에서 핀 ‘인고’의 가치
  • 고선호 기자
  • 승인 2018.03.25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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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예진흥원, 29~30일 도립무용단 창작극 ‘지달립서’ 선 봬
창작극 ‘지달립서’ 시연 모습.  

[제주일보=고선호 기자] 4·3은 70년이라는 세월 동안 도민 모두의 마음 안에서 아픔의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이 속에 피어난 ‘기다림’을 키워드로 풀어낸 창작극이 우리 곁을 찾는다.

제주문화예술진흥원(원장 현행복)은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4회에 걸쳐 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의 창작극, 제주4·3 70주년 특별공연 ‘지달립서’를 선보인다.

‘지달립서’는 우리 모두의 가슴 언저리에 자리 잡은 아픔을 어두운 기억에서 그치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테마로 당시의 시대 모습을 통해 아픔을 풀어내 재구성한 창작극이다.

‘지달립서’라는 제목은 4·3이라는 역사적 비극 이후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풀어낸 것으로, ‘기다리십시오’라는 기다림의 부탁을 제주방언으로 표현했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당시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주사람들에게 새겨진 삶의 지혜가 ‘인고(忍苦)의 기다림’이라는 모습으로 변화, 발전돼온 과정에 주목해 무대로 만들어냈다.

70년이라는 기나긴 침묵 속에서 ‘살암시민 살아진다(살다보면 살게 된다)’라는 어느 할머니의 나지막한 충고처럼 기다림 속에서 평화와 인권, 용서로 꽃핀 4·3의 승화 과정을 담아냈다.

4·3의 기억을 아픔의 기억, 비극적인 역사로 접근한 것이 아닌 기다림이라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나갈 인고라는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온다.

무대에서 만나게 될 주인공 순이 가족들의 관계 맺기는 다시금 해체의 과정을 겪으며 지나간 세월 속 침묵에 대한 몸부림을, 또 그 속에서 일어나는 치유의 한 방식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 현행복 원장은 “4·3의 역사를 바로 알리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이번 작품을 통해 도민과 관광객들의 공감의 폭을 넓혀나가는 장이 될 것”이라며 “70주년을 맞은 4·3이 단순히 아픔의 기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가치들을 찾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선호 기자  shine7@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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