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0개 대리석 기둥으로 세워진 자이나교의 ‘걸작’
1440개 대리석 기둥으로 세워진 자이나교의 ‘걸작’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3.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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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34)역사적 도시 품은 서부 인도를 찾아서<7>-라낙푸르 자이나교 사원군
무려 1440개의 대리석 기둥으로 세워진 라낙푸르 자이나교 사원군은 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힌다. 사진은 사원 내부 수많은 기둥 사이에 자리한 법당으로 각종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제주일보] 정신없이 돌아본 인도 최고의 고성 ‘조드푸르’. ‘그 옛날 지금처럼 건설장비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그런 엄청난 성을 바위 위에다 지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오늘의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새벽에 출발해 성 하나 돌아 나왔는데 또 하루가 지나는 군요. 거리가 먼 오지지역은 이동 시간이 워낙 길어서 하루 한 군데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조드푸르와 자스완트 탄타를 본 후 다시 무려 1440개의 대리석 기둥으로 세워진 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인 라낙푸르 자이나교 사원군(Ranakpur Jain Temples)을 향하고 있습니다.

책자를 보면서 ‘얼마나 큰 건물이기에 무려 1440개의 기둥이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길을 나서기를 5시간, 자이나교 입구에 내려서니 어디서 왔는지 원숭이들이 몰려듭니다. 사람들에게 먹이를 달라고 덤벼드는군요. 인도 여행 하다보면 특히 사찰 같은 곳에 가면 이런 원숭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니 가지고 다니는 짐을 조심하랍니다. 방심하는 사이 원숭이들이 순식간에 낚아채 가면 찾을 수가 없다네요.

숲으로 둘러 쌓여 있어 마치 숲 속의 사원처럼 보이는데 많은 인도사람들이 모여 있네요. 아마도 오늘 무슨 행사가 있는 것 같군요. 그래서 인지 복장들도 색 다른 듯 보입니다.

사원 내부에서 본 중심부의 탑 모습.

자이나교 입구에 들어선 순간 ‘아~’ 하고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사원 모습이 커서가 아니라 대리석으로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외형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적지도 않은 순백의 대리석으로 지어진 자이나교의 전경이 압도적입니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여자들은 다리를 가려야 하고, 벨트를 포함한 모든 가죽제품은 허락되지 않는답니다. 가죽제품은 동물 살생과 관련되기 때문이라는군요. 입장료는 없지만 카메라를 소지할 경우 1대당 50루피를 내야하며 안에서 사진은 마음대로 찍을 수 있습니다. 단, 행사를 하는 곳은 절대 촬영할 수 없다네요. 갖가지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눈길을 끌지만 우선 사원 안을 보기 위해 서둘러 올라갔습니다.

사원 안은 사람들로 꽉 들어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지경입니다. 이렇게 사람이 많아서야 어떻게 사진을 찍을까 하고 이리 저리 살피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조금씩 틈이 보이네요.

신도가 신상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사원 내부의 기둥과 벽면에는 여러 신들이 조각돼
있는데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다고 한다.

1440개의 대리석 기둥이 있는 사원이란 말이 실감날 만큼 사방이 대리석 기둥입니다. 기둥은 물론이고 벽이며 모든 공간마다 종교적인 상징물과 기하학적인 패턴, 여러 신(神)이 정교하게 조각돼 있는데, 그 어디에서도 똑같은 모양의 조각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한 마디로 놀랄 노 자(字)라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군요.

사원 중심에 있는 짜우무카 만디르(Chaumukha Mandir, ‘4면 사원’이라는 뜻)는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졌으며, 자이나교의 초대 성인인 아디나타에게 헌정됐답니다.

크고 작은 29개의 홀과 기둥들이 사원 내부의 다채로운 변화를 만들고 순백의 대리석이 다른 사원에서 느낄 수 없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까지 느끼게 해주는군요.

저는 어느 곳을 가든지 우선 보고 느끼고 나서 사진을 찍는데 이 사원에 와서는 보고 느끼고 할 것도 없이 눈길이 가는 데로 셔터를 누르고 있답니다. 사람들이 많아서 결코 작은 공간이 아닌 곳을 얼마나 헤집고 돌아 다녔던지 지쳐서 주저앉았지 뭡니까. 사진을 한참 찍다가 지쳐서 앉아보기는 처음인 듯합니다.

사원 중심(우리나라 사찰 같으면 대웅전)에서 결혼식 행사가 열려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경찰인지 경비원인지 행사장은 사진을 못 찍는다고 손짓합니다.

15세기에 지어진 이 사원은 라낙푸르에 있는 자이나교의 걸작으로 불리는 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전쟁 피해를 막기 위해 고립된 계곡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러나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답니다.

밖에서 본 자이나교 사원군의 전경.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지어진 이 사원군은 외부에도 다양한 모습의 누각이 세워져 눈길을 끌고 있다.

밖으로 나와 바라본 사원의 외관은 거대한 성처럼 웅장해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군요. 누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도는 건축예술과 조각예술국가라고. 그동안 돌아 본 인도 고성들도 그렇지만 이 라낙푸르 자이나교 사원을 보면서 인도 건축예술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15세기에 세워졌지만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보존되는 점도 놀랍고요.

지금껏 여러 여행지를 다녔지만 여기 자이나교 사원의 1440여 개 기둥에 새겨진 조각들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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