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이 드러내는 사회구조의 변화
'미투운동'이 드러내는 사회구조의 변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3.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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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제주일보]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사례가 드러난다. 때로는 반박과 재반박으로 정치적 이슈로 비화된다. 전대미문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분야가 정치뿐만이 아니다. 각 시대마다 온갖 황당한 권력 관련 스캔들이 언론의 전면을 장식한 경우는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전개 양상이 미투운동처럼 ‘젠더이슈’(성별이슈)가 됐던 적이 없다. 사회 저변에 숨겨져있다 드러난 스캔들이나 지배계층의 부도덕성을 질타하게 하는 현상과 많이 다르다. 이 같은 문제를 조직의 문제나 개인의 문제 대신 남성대 여성의 문제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권력에 의해 상습적으로 이뤄지는 성폭력을 막아보자는 의미로 시작된 미투운동과는 달리 우리 사회의 미투운동은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 혹은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성폭력의 문제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느낌이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 도전장을 내던지고 있는 셈이다.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도적 혹은 심리적 장치가 준비되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남자대 여자의 관계, 남성 중심의 사회를 혁파하기 위한 운동처럼 젠더이슈가 갈등의 전면에 드러낸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그 해결이 가시화된다면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페미니즘을 언급할 때 꼭 언급되는 영화, ‘델마와 루이스’. 줄거리야 많은 이들이 아는 바처럼 여행을 떠난 친구 두 명이 격는 우여곡절을 시작으로 한다. 그녀들은 남성의 행동에 대응하다 사고를 치고 그들의 어쩔 수 없는 범죄행동을 안 경찰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유를 향해 그랜드캐논의 벼랑을 향해 직진하는 것으로 끝나는 영화다.

1991년작 영화다보니 당시로서는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표방하는 주제로 인해 페미니즘의 대표적 영화로 자리 잡았다. 이제 그 델마와 루이스가 그랜드캐넌이 아니라 사회의 각 분야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솔직히 요즘의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자살폭탄 조끼를 두르고 뛰어들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제 무엇이 남아있는 걸까. 격한 남성 위주의 권력구조 속에서 살아오던 여성들이 그 방향을 틀고자 한다.

무리의 정상에 올라선 이들이 자행해오던 남녀수탈의 구조가 이전에는 권력의 힘으로 억누르고 넘어갈 수가 있었다. 이제 그 힘이 약해져있음을 본다.

공적으로 남성들에게 ‘사회적인 거세’를 요청하는 단계까지 왔다. 최소한의 개인적 범주에서 그리고 사회가 인정하는 선에서 남녀관계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거친 수컷의 세계관과 행동패턴을 가진 자들이 조직의 우두머리에 오른 후 그 행동양식을 유지하기는 여러운 여건이 됐다. 사실 조직의 위로 올라 우두머리가 되는 사회적 과정은 무자비하고 야만적인 성격이 강했고 그 행동패턴이 조직 내 남녀 사이에도 존재해왔다. 그러나 그 행동패턴이 남녀관계에서 더 이상 유효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현대사회는 행동하기 어려운 시대임은 분명하다. 사회조직의 생태계는 여전히 수컷 중심의 무자비한 행동이 일반적이고 결과 역시 이를 반영한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 남녀 간에취하는 이 같은 행동은 범죄로 취급된다. 이를 옳으니 그르니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이야기 하려 할 뿐이다.

사회적 적응의 한 단계가 되겠지만 전쟁과 외부로부터 부족을 보호하던 남성의 주 역할과 채집 및 농사, 구성원들의 양육이 중심이었던 여성 간의 역할분담이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사회적 요구와 규범은 바뀌었는데 남성들의 행동패턴에는 아쉽게도 이 역할의 DNA가 많이 남아있다. 좋든 싫든 어려운 시간과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혼란과 이상충동을 완화하는 제도적 기제가 하루빨리 만들어져 작동하기를 바란다. 젠더이슈를 적대적으로 풀 수는 없기 때문이다. SF영화 때문인가. 이 변화의 방향이 이상하다기보다는 데자뷰같은 느낌은 무엇일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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