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소비 패턴 변화 걸맞은 유통 콘텐츠 만들어야”
“농산물 소비 패턴 변화 걸맞은 유통 콘텐츠 만들어야”
  • 제주일보
  • 승인 2018.03.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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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제주일보] 흔히 얘기하는 화려한 봄날이 기지개를 켰다. 경칩(3월 6일)이 지나면서 산과 들에 있는 나무와 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이미 제주 동부지역에는 유채꽃이 만개한 곳도 있어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카메라 셔터 누르기를 반복하게 한다.

겨울내 몸을 움츠리면서도 전국 방방곡곡의 가정에 신선한 식탁을 꾸밀 수 있게 해주었던 월동작물들도 마지막 수확을 서두르고 있다.

항상 매년 이맘때면 도내 각각의 농촌마을에서는 1년의 영농계획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개설된 영농교육에 참여한다.

올해는 좀 더 품위있는 농산물을 만들어 내어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좋은 가격을 받기위한 준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곧 과수원과 들판에는 살아 숨쉬는 생동감 있는 소리로 꽉 찰 것이다.

무늬는 확실한 농업인인 필자를 포함해 모든 농업인에게 이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우리가 생산해 내는 모든 농산물들은 자급용을 제외하고는 판매를 전제로 많은 노동력과 비용이 투입된다. 즉 생산·마케팅이 전제돼야 한다.

경제적인 논리인 최저의 비용 투입으로 최대의 수익 창출은 농업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극도로 피로에 누적된 토양은 더 많은 비용 투입을 요구하고 있고 절대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노동시장은 농업인에게 노동비용에 대한 가중되는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

몇 년전부터 읍·면지역의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농업생산을 위한 노동력은 점점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불법 체류중인 외국인들이 아니면 영농행위를 지속할 수 없는 위기의 공간으로 우리의 농업·농촌이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규모화와 기계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제주도의 작부형태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농업생산물에 대한 유통과정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산지 수집상에 의한 포전거래, 둘째는 생산자단체를 통한 계통출하, 세 번째로는 각 농가별로 구축된 소비자와의 택배를 통한 직거래로 구분된다.

이외에도 부수적으로 대형물류센터에 대한 납품 등 결코 많지 않은 형태의 유통이 행해지고 있다. 각 형태별로 장·단점이 있지만 결코 가장 바람직한 모델들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수집상에 의한 포전거래는 우리의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가격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며 계통출하 역시 수십년동안 관행처럼 행해져 왔던 공영도매시장의 중매인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어 최종 소비시장과의 가격과는 격차를 보이며, 택배 공급에 의한 직거래 역시 모든 농업인에게 같은 조건이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겨울 스포츠의 축제인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는 IT최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우리 생활전반, 사회전반에 IT의 기술력이 접목되어 조금이라도 편이한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런데 유독 농업분야에만 그 적용이 더딘 것 같다. 산업 전반에 빅데이터를 이용한 생산과 소비예측 소비시장의 변화, 소비자의 심리분석까지 디지털의 적극적이고 통상적인 활용이 되고 있지만 농업은 아직도 원초적인 아날로그 세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생산에 대한 예측은 파종돼야 알 수 있고 소비자의 심리나 유통에 대한 ‘Needs(생활자의 생리적·신체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데이터 하나 변변하게 구축된 것이 없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고품질 상품 생산이라는 어쩌면 조금은 추상적인 기준만 있을 뿐이다. 제주도의 농정당국과 생산자단체인 농협에서 이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가장 적절한 유통 콘텐츠를 만들어 내어야 한다.

생산과 소비시장의 중간 플랫폼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여 농업인들에는 안정된 생산과 가격 수취, 소비자들에게는 유통과정에서의 거품을 뺀 합리적인 소비가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2일 제주라마다호텔에서 제주특별자치도 농업·농촌 6차산업화 지원센터(센터장 한승철)가 주관한 도내 6차산업을 실현하는 업체들의 상품에 대한 품평회가 있었다.

좁은 공간,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85개 업체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제주도의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많은 시간동안 고심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상품화하기까지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 온 모든 업체와 그 업체들에게 동기부여와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준 중간지원조직인 6차산업화 지원센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참여 업체 중 ‘아침미소목장’ 이성철 대표가 한 얘기는 우리 농촌마을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과거에는 단체체험 위주로 체험객을 유치해서 1년에 약 3만명 정도의 체험매출을 올렸으나 이제는 방법을 달리해 편의점식 체험을 진행해 가족단위·소규모 그룹 등 1명일지라도 상성체험을 했더니 지난해 체험방문객이 13만명을 초과했다고 한다. 바로 농촌체험관광을 앞서 끌어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마을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몇 년전부터 필자가 속한 단체에서 수많은 프로모션과 이벤트 등을 통해서 시도했던 분야이지만 아직도 마을에서는 접근이 어려운 것처럼 여겨진다. 리더들의 잦은 교체(이장의 임기 만료후 교체), 체험 담당자들의 잦은 이직, 상품 개발에 대한 노력의 부족, 비즈니스 마인드의 부족, 리더들의 CEO적 철학 부족 등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 마을들의 발전적인 모습에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

이렇게 도출된 문제점들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시스템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마을대표가 모든 것을 아우르려는 지나친 책임감이 사업성을 저해하는 요인은 아닐까? 서귀포시 납원읍 신흥2리 동백연구회(회장 오동정)처럼 마을안에 구성된 사업단으로서 전문경영가처럼 운영하는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업단 고유의 경영철학과 마켓팅을 통해 마을상품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흔들림 없이 정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제주관광상품의 질적 성장과 다양성을 위해서 지역관광(농촌관광)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논의는 있지만 장기적인 플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농촌관광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 정립을 위한 농촌관광협의체가 만들어져야 할 시점이다.

행정기관, 필자가 속한 단체, 관광공사를 비롯한 관련 기관·단체 마을, 관광전문가, 활동가를 총 망라한 협의체가 구성되고 스워츠분석을 통한 농어촌의 정확한 현실을 공유하고 해결책들에 대한 대안 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학습을 통한 국내외 사례들을 탐구해 관광산업이 제1산업인 제주도가 1차산업 역시 관광산업에서의 중요한 컨텐츠로 제시되어 우리의 농촌이 함박웃음이 가득한 공동체로 변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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