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권력과 개헌
절대권력과 개헌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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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앞에 섰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는 5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24일 퇴임한 후 5년 17일 만에 검찰 포토라인에 앞서 섰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1일 검찰 조사를 받은 지 358일 만에 소환됐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2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직후 포토라인에 서서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며 “다만 바라는 것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국민께 죄송하다고 하셨는데 100억원대 뇌물 혐의는 부인하시는 겁니까’, ‘다스는 누구 것이라 생각하시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검찰 청사 안으로 사라졌다.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 역사는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1일과 15일 4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두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1995년 11월1일과 15일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대검찰청 앞에서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은 당시 총 27시간가량 조사를 벌인 뒤 2358억여 원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집행했다.

두 번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기록됐다. 전 전 대통령은 1995년 12월 2일 내란죄 등의 혐의로 검찰 출두를 통보받았으나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이른 바 ‘골목 성명’을 발표하며 조사를 거부하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가 검찰이 군 형법 상 반란수괴 혐의 등으로 법원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그해 12월 3일 구속했다.

세 번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검찰은 2009년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노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고 말하고 검찰청사로 들어갔고, 12시간가량 지난 다음날 오전 2시10분쯤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이후 봉하마을로 내려간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네 번째 지난해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출석하면서“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고 말하고 조사에 임했다. 검찰은 같은 달 27일 구속영장을 청구, 31일 새벽 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외환위기와 관련, 다음해 참고인 신분으로 서면 조사를 받은 바 있으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2003년 대북송금사건 특별검사 수사선 상에 올랐으나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특검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하면서 직접 조사를 받지 않았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전직 대통령 5명이 검찰에 소환되는 경우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제가 갖고 있는 한계가 극명하게 나타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오는 21일까지 정부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1980년 8차 개헌 이후 38년 만의 정부 개헌안 발의가 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당은 정부의 개헌안 발의 움직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따질 것이 아니라 ‘절대권력’을 가진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불행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개헌에 대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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