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항로’ 제주에서 시작하자
한반도 ‘평화항로’ 제주에서 시작하자
  • 제주일보
  • 승인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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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택.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 정책자문위원

[제주일보]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대한민국의 염원인 남·북 간 평화의 빗장을 제대로 열어젖힐 모양이다. 설마했던 남·북 정상회담이 다음 달 판문점에서 열리고 이후 북·미 정상회담도 열린다니 필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흥분하고 있다.

특히 필자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고 있는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장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제주가 과거 국가 정상들이 평화 회담을 했던 곳이며 세계 평화를 탄생시키는 축복의 땅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각인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말이 있듯이 내친김에 통일의 첫걸음을 제주에서 시작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 이유는 남북교류와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난 활동은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세계로부터 인정받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감귤과 당근 보내기 사업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약 11년간 지속시킨 적이 있다. 당시 남북정세와 관계없이 민간 차원에서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이상 지속된 유일한 사업으로 가장 성공적인 비타민 C 외교였으며 월스트리저널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기간 북한에 보내진 감귤은 4만8323t이었고 당근도 1만8100t이었다.

이러한 사업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 북한은 제주도민을 평양에 초청했다. 2002년 5월 1차 제주도민 평양방문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2차, 2003년 8월 3차, 2007년 11월 4차 방북이 진행됐다. 국내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도민 방북이 이뤄진 사례였다. 2007년에는 제주흑돼지 사육협력 사업도 추진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는 마무리 하지 못하고 중단된 상태다. 곧 재개되길 소망한다.

필자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서 제주도가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통일 관련 정책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 그리고 당시 제주도정이 물꼬를 트고 그 이후 민간 차원의 협력 거버넌스 모델로 확장됐다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물론 타 지방에서도 북한과의 교류를 활기차게 하고 있다. 제주도가 한반도의 최남단이라면 납북접경지역에 위치한 유일한 분단도인 강원도는 사실 지방정부 차원에서 남북교류 협력 추진 정책을 정규 조직화 해 통일 관련 행정부서 및 특보 신설, 연구센터의 설치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이러한 정책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탄력을 받았다.

이후 강원도는 도지사 중심으로 남북강원도 협력 사업을 산업별로 추진하는 등 사실상 지방 차원의 교류를 활성화 시키는 장을 연 셈이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외국 사례인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일 독일이 되면서 동독의 중앙집권체제가 지방분권이 발달한 연방주의체제인 서독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그 이유이다. 이러한 결과는 중앙집권체제인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인 것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분권 모델인 제주특별자치도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며 정치권에서도 지방분권을 제도화 하려고 하는 부분에 있어 남북교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필자는 제주도정에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기구 창설을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이와 관련해 제주연구원에 연구기능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제주가 교류할 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러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재정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평화의 기운이 겨우내 얼었던 대지를 녹이는 봄기운과 함께 용틀임 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는 온 국민의 염원이다. 이 역사적 기류에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주자치도가 첫 단추를 채우길 기대한다. 이왕이면 크루즈를 타고 평화의 섬 제주에서 처녀 출항을 해보는 것은 어떤가. 제주의 감귤, 당근, 무, 말, 돼지, 광어, 갈치 등 제주 향기를 듬뿍 머금은 특산물을 싣고 평화의 뱃길을 항해해 보자. 그 바닷길을 ‘평화항로’라고 명명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올 여름 피서는 북한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온 가족이 떠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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