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난쏘공' 40주년...헌 책방 인기 꾸준
스테디셀러 '난쏘공' 40주년...헌 책방 인기 꾸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3.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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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년)

[제주일보] 헌 책을 사고 파는 게 일인 헌 책방 지기에게 과월호 문학잡지는 좀 애매하다. 어느 정도 권수가 있는 건 그래도 좀 나은 데 딱 한 권만 있는 경우 더더욱 그렇다. 우리 책방에도 그런 책이 한 권 있었다. 저 책이 제 주인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어떤 때는 가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건 기우(杞憂)였다. 몇 년 전 어찌 보면 그 잡지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 줄 진짜 주인을 만났다.

한 중학교 국어교사인 그 손님은 그 책을 발견하고 반색을 했다. 사연을 들어보니 요즘 과거사 문제로 일생일대의 곤경에 빠진 저명 시인의 추천을 받은 자신의 등단시(登壇詩)가 실린 잡지란다. 당시 출판사에서 그 분에게 딱 한 권만 보내주었고, 그 책을 빌려간 지인이 잃어버려서 그간 애타게 찾던 중이었다고.... 외롭던 책이 진짜 주인을 만난 것 같아 그 책은 선물로 드렸다.

그렇다고 책방에 들어오는 모든 낱권 문학잡지들에게 가여운 마음이 드는 건 아니다. 그 책이 품고 있는 작품들 가운데 필자가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는 경우 오히려 남이 볼까 두려워 부러 책방 안 쪽 깊숙한 곳이나 상자 안에 담아 놓기도 한다. 눈 밝은 이의 눈에 띄어 그 책의 소유권 이전(?)을 놓고 실랑이라도 하게 되면 낭패기 때문이다.

그런 책 가운데 하나가 ‘문학과 지성’ 1976년 겨울호(일조각)이다. 이 잡지에는 많은 좋은 글들이 있지만, 조세희(趙世熙)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수록되어 있어 특별하다. 1970년대 산업화에서 소외된 도시 하층민의 삶을 다룬 작가의 연작소설 가운데 한 편으로 1975년 발표된 ‘칼날’(문학사상 12월호)부터 1978년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창작과 비평 여름호)까지 모두 12편의 중·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1978년에 문학과지성사에서 동명(同名)의 소설집으로 출간되었다.

일명 ‘난쏘공’으로 더 유명하고 19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의 애독서였던 이 책은 소설집으로 출간된 지 올해로 꼭 40주년이 된다. 출판사에 문의해 본 바에 따르면 1978년 6월~2000년 3월까지 문학과지성사에서 134쇄, 2000년 7월부터 현재까지 이성과 힘에서 169쇄를 출간해서 지난 40년 간 총 303쇄 1,392,500부나 팔린 지금도 잘 나가는 우리나라 대표 스테디셀러(steady seller)이다.

‘헌 책방에서도 살아남는 책이 좋은 책이다’라는 어느 출판전문가의 말씀대로 우리 책방을 찾는 독자들도 꾸준히 찾는 책 가운데 하나가 이 바로 이 책이다. ‘책 사재기’ 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요즘의 베스트셀러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난쏘공’만의 저력이자 내공이다.

오는 3월 27일~5월 12일까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있는 북갤러리 파파사이트에서 ‘난쏘공을 잡았다. 그리고,’라는 타이틀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출간 40주년 기념 전시가 열린다. 이제는 책을 상품으로만 대하는 속물(俗物)이 된 필자와는 달리 작가의 글 속에 보이는 ‘접속사 뒤 쉼표’에도 눈길이 자꾸 머무는 분이 준비하는 전시인 만큼 기대가 크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둘러보시길 바란다.

그동안 아끼던 책들이라 아쉽지만 이제 더 사랑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내야 한다. 올 봄에는 시집간 딸들을 만나는 심정으로 저지리에 가야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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