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뒤에도 밝은 면이 있다
먹구름 뒤에도 밝은 면이 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3.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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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제주국제대 특임교수·국제정치학 박사·논설위원

[제주일보] 최근에 접하는 소식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로 생각하며 호감을 갖고 있던 명사들의 몰염치한 행동들이 드러나면서 우울하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최근 정치·문화·사회 등 각 분야 명사들의 추악한 본색을 드러나게 하고 있다. 선한 인상 뒤에 감춰진 가해자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우리는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호감을 가졌던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인간이 갖고 있는 악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선과 악은 인류역사와 함께 해오고 있다. 악은 대단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악은 평범한 이기심에서 시작된다. 나의 이익을 위하여 남을 희생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면서 악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절대 권력은 언제나 부패하게 되는 것이고 권력은 항상 견제와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먹구름 뒤에도 밝은 면이 있다(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는 속담이 있듯이 암울한 시간이 지나면 밝고 즐거운 시절이 오게 마련이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면 황량했던 가지에서 눈부신 파란 새순이 나오게 마련이다. 일련의 폭풍이 지나가면 우리 사회는 훨씬 건전하게 변화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인간은 선하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는 니콜라스 윈턴 경(Sir Nicholas Winton)이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에 체코슬로바키아 난민 캠프에서 학살당할 위기에 처한 669명의 어린이들을 구해내었다. 1988년 BBC에서 ‘그것이 인생(That's Life)’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그 방송에서 그는 그에게 구조되었던 어린이들이 노인이 되어 그의 주위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이 방영됐다.

런던에서 성공적인 주식중개인으로 일하던 당시 29살의 니콜라스 윈턴은 체코에서 나치에게 탄압을 받는 유대인 아동들을 보고 그들을 구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는 낮에는 주식거래인으로 활동하고 퇴근 후에는 어머니와 함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소규모 기구를 통하여 프라하에서 독일을 경유하여 영국으로 유대인 어린이들을 이동시켰다.

니콜라스 윈턴은 유대인 어린이호송을 위해 영국에 후원 가정을 모집하고 프라하에서 런던까지 기차와 배를 운행하여 669명의 아이들을 구했다.

마지막으로 250명을 태운 기차는 1939년 2차 대전이 일어나면서 나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니콜라스 윈턴은 그가 구해내지 못했던 마지막 열차의 250명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살고 있었다.

결국, 1988년이 되어서야 그의 선행이 알려지게 되었다. 영국왕실은 2003년 그에게 기사작위를 수여했고 2014년에는 밀로스 제만 체코 대통령이 최고훈장인 ‘백사자 국가훈장’을 수여했다.

그는 훈장을 받으면서 유대인 어린이를 받아준 영국 시민과 도움을 준 체코인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며 악하다고 본 철학자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철학자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는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를 형성하기 때문에 정부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인간의 이기적 본능이 친절, 박애, 희생정신 같은 것보다 더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인간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인간의 건전한 이기심이 공공선을 가져온다고 보았으며 어떻게 하면 인간의 강한 본능인 이기심을 사회 전체의 공공선을 위해 잘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인간의 이기심은 통제하지 못하면 악행을 하게 되고 적절히 통제하면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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