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 굴레 벗기고 명예 회복시켜줘야”
“죄인 굴레 벗기고 명예 회복시켜줘야”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8.03.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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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흥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불인유족협의회장
이중흥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불인유족협의회장

[제주일보=현봉철 기자] “부모 없이 자라온 세월도 억울하지만 ‘죄인의 자식’이라는 굴레는 더 억울했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명예를 회복시켜줘야 합니다.”

이중흥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불인유족협의회장은 5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지난달 대정부질의에서 제주4·3과 관련한 군법회의에 중대한 절차 위반이 있고,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며 “불법재판과 수형인 문제에 대해 정부가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1948년과 1949년에 이뤄진 불법 군법회의를 무효화하고 수형인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4·3사건 진상보고서에도 수형인들이 재판을 받지 않고 수감되거나 적법 절차를 어긴 형식적인 재판으로 형무소에 수감된 것은 ‘불법 감금’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불법 재판에 대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아 아직도 우리 유족들은 전과자의 자식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쓰고 억울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인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 군사재판의 무효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진상조사와 명예회복 등을 통해 유족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제주시 을)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전부개정법률안’은 1948년과 1949년에 이뤄진 민간인에 대한 군사재판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희생자와 유족에게 그 사실을 즉시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03년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가 채택됐지만 4·3수형인에 대한 진상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들에 대한 생사 여부는 물론 재판이 제대로 적법한 절차를 거치고 이뤄졌는지에 대한 진상 조사가 추가로 이뤄져야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제주4·3수형인명부에 등재된 2530명 중 대다수가 행방불명으로 처리돼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태로, 유족들은 언제 돌아가셨는지도 몰라 생신 날 제사를 지내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죄 없이 옥살이를 한 것도 억울하고, ‘전과자’, ‘전과자의 자식’이라는 낙인도 억울한데 후손들에게 이러한 억울함을 대물림해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더욱 억울하다”고 흐느꼈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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