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없는 사회' '일 안하는 게 더 행복'
'나이 없는 사회' '일 안하는 게 더 행복'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3.0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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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서울제주도민회 자문위원·수필가·논설위원

[제주일보] “회사를 옮겼다니 섭섭합니다.”

반백(半百)의 일본인은 필자를 만나자 먼저 이런 안부를 꺼낸다.

일본인은 일본 쭢빠과학연구단지 연구소의 과장이다.

오래 전 일이나 필자는 과거 그 연구단지를 방문한 일이 있다.

일본인 과장은 한국으로 출장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래 업체의 간부와 무교동에서 낙지 안주를 놓고 한국 소주를 마시며 ‘우의’를 돈독히 쌓았는데 이번에 와보니 회사를 그만 떠났다는 것이다.

일본은 대기업이나 중소회사 대부분 한 번 들어가면 평생직장으로 여긴다. 과장 역시 연구소에서 반백이 넘도록 근무하고 있으니 본보기다.

우리의 경우 공직이나 공기업을 제외하곤 기업체는 50대에 이르면 구조조정대상이 된다.

기업체에서 ‘평생직장’으로 굳게 믿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기술이 축적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과학기술 분야에서 늘 비교되는 척도다.

근간 일본은 “사람 나이로 구별 안 돼, 원하는 사람 일해야 한다”고 정부가 나섰다. 부러운 일이다.

일본은 세계적인 고령 사회다. 65세 이상이 27.8%에 달한다. 고령자들의 건강수명은 늘었고, 일하고 싶은 의욕도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단 한 사람의 고령자라도 더 현장에서 일하도록 함으로써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시책인 것 같다.

거기에다 일본 정부는 심각한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저출산으로 침체된 일본 경제의 생산성을 향상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 수는 128만명에 이른다. 이중 한국인은 4%다.

그럼 국내 사정을 살펴본다. 정부는 “ 청년실업 문제가 국가 재난 수준이라 할 만큼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청년 실업률은 9.9%다. 2030세대 청년 70만명은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쉬고 있음’이라고 답했다.

2000년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우리나라가 17년 만에 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만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4.02%인 725만명을 기록했다. 전남은 21.4%로 초고령 사회가 됐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청년실업률이 높다.

민간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특히 의료·관광·교육·문화 등 서비스업 분야는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본이다.

대기업, 금융, 중소기업 모두 일자리 창출 의지가 나타나야 한다.

포스코(7.2%), 한전(6.4%), CJ(5.1%) 등이나 공기업만을 선호해 세월을 보내고 ‘일 안 하는 게 더 행복’하다며 백수를 선택한 청년들이여, 일본이 ‘나이 없는 사회’를 내세워 경제의 비약을 위해 모두 일터로 나가는 현실을 우리는 쳐다만 볼 것인가.

그들은 잃어버린 경제 20년을 되찾고 있다.

삶의 질 개선 차원에서 근로 시간 단축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되었다.

주당 법정 근로 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게 된다.

기업들이 감내해야 할 부담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줄어든 근로 시간 속에서 같은 생산을 유지하려면 종업원을 더 고용해야 한다.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근로 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 부담은 연간 12조원으로 추정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는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체 공개 모집이 발표되고 있다. 일해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냥 쉬어서야 되겠는가? 청년들의 도전 정신!

한국의 희망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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