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조건-(5)피로
장수의 조건-(5)피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2.2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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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훈.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 논설위원

[제주일보] 오늘날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는 육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많은 피로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이 ‘피로’의 정체는 무엇일까? 피로로부터 회복되어 활발하게 일상생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피로는 체내의 에너지가 고갈되는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은 틀린 생각이다. 진짜 원인은 세포가 녹스는 데 있다.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부담이 생기면 체내에 활성산소가 과잉으로 발생하게 되고, 세포는 산화스트레스에 걸려 세포 본래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쇠(금속)가 산(酸)과 접촉하면 녹스는 것과 같이 세포도 녹슨 상태가 되면 우리들은 피로를 느끼게 된다.

격렬한 운동은 예외지만 조깅과 같은 유산소 운동과 골프, 수영 정도의 가벼운 운동으로는 근육은 거의 손상을 입지 않는다. 말하자면 육체적 부담으로 세포에 녹스는 정도로는 근육이나 내장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포가 녹슬어서 가장 영향을 받는 것은 무엇일까? 그 답은 ‘뇌’다. 뇌에서도 ‘자율신경중추’다. 자율신경중추는 심장이나 호흡기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24시간 쉬지않고 여러 기관에 명령을 보낸다. 이 중추에 녹이 슨다는 것, 즉 기능부전(不全)이 된다는 것이 ‘피로’의 정체다.

조깅을 예로 하여 피로의 짜임새를 생각해보자. 뛰기 시작하면 심박수(心拍數)가 올라가고 호흡이 빨라진다. 또 체온 상승을 억제하려고 땀을 낸다. 이렇게 초 단위로 신체를 평상으로 유지하려고 작용하고 있는 것이 자율신경중추다. 달리는 페이스(pace)가 빨라지면 뇌의 처리가 증가해서 활성산소가 발생하고 자율신경은 산화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렇게 해서 세포가 녹이 슨 이른바 ‘뇌피로’ 상태가 되어 ‘몸이 피곤하다’는 신호(signal)가 안와전두야(眼窩前頭野)로 보내진다. 여기에서 우리들은 비로소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단순한 작업을 반복한다든지 오랜 시간 책상에서 일을 하면 ‘싫증’이 나기도 한다. 이런 감각은 뇌가 알리는 경보이므로 무시해버리면 안 된다.

실은 노화(老化)도 피로와 같은 메카니즘(기구)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산화스트레스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일과성) 기능부전이 피로이고, 이것이 축적되는 것이야말로 ‘노화’의 정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녹’이 눌러 붙어서 제거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이것이 악화되면 세포가 죽게 되고, 신체에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상태가 나타나게 된다.

노화는 일정한 페이스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피로를 해소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식사에 의한 방법을 소개해보겠다.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는 물질, 이른바 ‘항(抗)피로 물질’을 찾는 연구가 최근 외국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다는 물질들도 재차 실험을 했는데, 예를 들면 영양드링크에 함유된 ‘타우린’은 간장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피로를 경감시키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카페인이나 알콜도 미량으로 시판 드링크에 포함되어 있는데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할 뿐 본질적으로 피로를 회복시키지는 못 했다고 한다.

새롭게 여러 가지 물질을 연구하다 찾아낸 것이 우리들이 많이 먹고 있는 닭 가슴살에 함유된 ‘이미다졸디펩티드’라는 성분이다. 이 발견은 철새가 어떻게 쉬지않고 긴 시간 날 수 있는가를 연구하던 중 날개깃을 움직이는 근육인 가슴살에 항산화력 작용이 있는 이미다졸디펩티드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것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항산화 작용이 있다고 알려진 물질은 그 외에 녹황색 야채나 과일에 함유된 비타민 A, C, E 등이 있고, 또 적포도주나 블루베리 등의 폴리페놀이 있지만 이것들은 뇌의 피로를 경감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항산화 작용의 지속력이 없어 뇌에 도달하기 전에 소멸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미다졸디펩티드의 특성은 현저하다. 이미다졸디펩티드는 소장에서 소화, 흡수되면 혈액 속이나 간장에서 두 종류의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뇌에서 재합성되어 바로 항산화 작용을 한다.

이렇게 한정된 적은 양으로 피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은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얻어진 지혜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이미다졸디펩티드를 함유한 식품의 대표적인 것은 닭가슴살이다. 가슴살은 시장이나 슈퍼에서 쉽게 살 수 있고 가격도 싸다. 그리고 요즘 건강 상의 이유로 지방을 덜 먹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닭가슴살은 지방이 적다. 닭가슴살 외에 참치, 가다랭이와 같은 회유어(回遊魚)의 붉은 살에도 풍부히 함유되어 있고, 오리고기의 함유량은 닭가슴살보다 많다.

뇌에서 지속적으로 산화스트레스를 줄이고, 항피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200㎎의 이미다졸디펩티드를 섭취하는 게 좋다고 한다. 최소한 2주간 계속 섭취하면 항피로 효과가 확실히 나타난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200㎎의 이미다졸디펩티드를 섭취할려면 100g의 닭가슴살을 먹으면 된다.

건강장수하기 위해서는 매일의 생활에서 피로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계부의 형편에 맞추어 비싸고 싼 재료를 잘 섞어서 드시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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