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실안에 제 딸을 죽인 범인이 있습니다"
"이 교실안에 제 딸을 죽인 범인이 있습니다"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8.02.22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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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 영화 '고백'
중학생에 딸을 잃은 여교사의 복수…그리고 잔인한 고백
영화 스틸컷

[제주일보=이승현 기자] “이 교실 안에 제 딸을 죽인 범인이 있습니다.”

봄방학을 앞둔 중학교 교실에서 여교사의 충격적인 고백으로 시작되는 영화 ‘고백(2011년 개봉)’은 13살 중학생들의 살인, 그들에게 딸을 잃은 여교사의 복수, 그리고 사건을 둘러싼 그들의 잔인한 고백을 그렸다.

자신이 근무하는 중학교에서 어린 딸 ‘마나미’를 잃은 여교사 ‘유코’(마츠 다카코)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딸을 죽인 사람이 이 교실 안에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한다. 경찰은 사고사로 결론을 내렸지만 사실 마나미는 자신이 담임인 학급의 학생 2명, 범인 A와 B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것. 유코는 소년법에 의해 보호받게 될 범인들에게 그녀만의 방법으로 벌을 주겠다고 선언한다.

동명의 일본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치밀한 구성과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피해자의 고백뿐만 아니라 가해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엮어 냈다. 그들의 고백 속에서 죄책감이나 “내가 잘못했다”는 반성은 들어있지 않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 주관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고, 자신의 믿음에 따라 행동한다. 유코의 뒤를 이어 새로 온 담임인 베르테르는 담당 반의 사건들을 그저 좋게만 해결하려한다. 하지만 그의 대책들은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더욱 악화 시킨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관심은 범죄자와 잔혹함에만 쏠린다. 그마저 시간이 지나 잊혀지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허공에 표류하게 된다.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그 고통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경찰에 신고해도 14세 미만인 두 사람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겠죠…두 사람의 급식 우유에 HIV(에이즈)에 감염된 아이아빠의 피를 주입했어요. 잠복기간은 5~10년, 생명의 무거움을 알고 죄를 반성하기엔 충분한 시간일 거예요.”

이 내용은 영화의 도입부분에 불과하다. 결국 죄인들은 그녀에 의해 가장 절망적인 대가를 치른다.

우리는 아직 어려서, 미숙해서 라는 이유로 어린 죄인들이 악행을 뉘우치고 ‘선(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위험한 믿음을 강요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피해자는 평생 아픔을 잊지 못 한 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가해자들은 가벼운 처벌만 받고 반성조차 하지 않으며 아무렇지 않게 사회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

악(惡)에 나이제한은 없다. 다시 한 번 진정한 처벌로 이뤄지는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승현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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