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즐기는 제주 돼지고기
함께 즐기는 제주 돼지고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2.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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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연철. 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맛집탐방, 제철음식, 지역 특산물, 스타 쉐프. 최근 몇 년 사이 맛있는 음식과 식재료들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 그중 단연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제주 돼지고기는 제주 일등 먹거리로 지역 관광 산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제주 돼지고기에는 제주의 전통과 역사, 문화가 녹아 있고 지금도 각종 대소사에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으로 인하여 제주를 관광하고 돌아 간 후에도 자국에서 한국식 돼지고기 바비큐를 선호하는 등 외국에서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제주돼지가 제주의 효자가 되기까지는 제주도의 부단한 노력이 있어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흑돼지를 판별하여 “흑” 표시 검인을 하고, 지리적 표시 농산물에 제주돼지고기를 등록하여 지역명품브랜드로 육성 발전시켜왔다. 이후 제주형 흑돼지 품종정립사업, 제주흑돼지 향토산업 육성사업 등을 진행하여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도 하였다. 또한, 역사성과 고유성 및 차별성을 인정받아 국가 차원의 종 보존을 위해 제주흑돼지를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돈육수출센터와 제주대학교가 협력하여 홍콩, 동남아 등 외국에 제주돼지고기의 우수성을 알리고 수출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가축분뇨 무단배출사건 이후 제주양돈을 바라보는 시선과 정책의 방향은 급변하였다. 제주도민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제주도 역시 연일 보도 자료를 배포하면서 각종 규제를 쏟아 냈다. 지난 7월 이후 현재까지 제주양돈에 대한 주요 규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불법배출 농가 구속 및 농장 폐쇄조치, 과징금 한도액 증액, 가축분뇨 공공처리장 처리단가 상승, 공동자원화 유입물량 제한, 원 아웃제 도입 등 제주특별법 개정추진, 육지 돼지고기 반입제한 철폐, 양돈장 악취 일제측정 및 악취관리지역 지정 추진 등 불과 몇 개월 동안 일어난 일들이다. 지난 십 수 년간 공들여 제주 핵심 산업으로 발전한 양돈 산업도 몇 개월 만에 무력하고 불편한 산업이 돼버린 것 같아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일련의 규제조치들이 여론과 감정에 휘둘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남용되거나 제주도에 해가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양돈장 악취 일제측정결과를 근거로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관련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모습이 보여 졌다. 이번 악취관리지역 지정대상에 포함된 양돈장은 기존 분뇨와 악취관리 모범농장을 포함한 사실상 조사대상 전농가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발표되었고, 지정 후 위반사항에 따라 개선명령, 조업중지, 폐쇄명령 처분을 받게 된다. 이처럼 중차대한 결정의 근거인 악취측정과정은 실험실이 아닌 환기 및 온도유지 장치도 없는 일반 건물에서 냄새분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동일 양돈장의 냄새 측정결과가 최고 20배나 차이나는 등 신뢰하기 어려운 측정결과가 다수 발견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근거로 제주 양돈농가의 약 33%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악취저감의 목적보다는 농장폐쇄를 목표로 일방적인 행정 처리로 오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현행 법률과 규정에 맞는 공정하고 정확한 악취측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농가 스스로 악취를 저감할 수 있는 계도기간을 부여하여 악취문제가 해소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제주돼지고기는 국내 뿐 아니가 외국에서도 그 품질을 인정받아 돼지고기 가공품과 부산물까지도 홍콩, 동남아 등지로 수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제주돼지고기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품질관리, 홍보,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루빨리 제주양돈산업이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확보하고 제주도 핵심 산업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제주의 전통, 문화, 맛이 어우러져 최고의 품질로 사랑받는 제주돼지고기를 속 편하게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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