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분쟁에 발등 터지는 제주어민
한·일 분쟁에 발등 터지는 제주어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1.28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상호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어획량을 결정하는 한·일 어업협상 결렬 사태가 1년 7개월째 장기화되면서 제주 수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016년 6월 차기 어기(7월 1일~6월 30일) 협상이 결렬된 이후 일본 측이 재협상을 계속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이 협상에 목줄이 매여있는 갈치잡이 연승어선들은 일본 측 EEZ 수역에서 조업을 못해 사실상 입어(入漁)를 모두 포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외교부와 관련 경제부처까지 나섰지만 일본 측은 요지부동이다. 표면상으로는 우리나라 갈치잡이 연승어선을 206척에서 73척으로 대폭 줄이고, 자국 EEZ에서의 불법 어업 근절 대책과 자국 어민과의 어구 분쟁에 따른 조업금지 구역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측이 감축을 요구하는 206척 중 제주지역 연승어선은 148척이다. 일본 측의 요구대로라면 제주지역 연승어선은 148척 가운데 52척만 일본 측 EEZ 수역에서 입어가 가능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본 측의 주장에 우리 측은 연승어선(여러 개의 낚싯바늘을 한 줄에 달아 고기를 잡는 배)의 조업 조건 완화와 갈치 할당량 증가를 요구했다. 우리 측은 연승어선의 갈치 어획량, 할당량을 2150t에서 5000t으로 늘리고 연승어선 적정 조업 척수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 어선의 조업 위반 등을 이유로 연승어선의 입어 허용 척수를 대폭 줄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보다 상대 EEZ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협상에 불리한 탓에 강경한 입장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우리의 재협상 요구에도 일본 측이 협상의 물꼬조차 트지 않고 있는 것은 외교 문제도 있다. 한·일 간에 위안부 문제 등 외교 분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는 새 제주 연승어선들은 일본 EEZ 조업에 나서지 못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일본 EEZ 내에서 많이 잡히는 갈치는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폭등, 소비자에게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국내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으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으로 버티고 있으니 과연 협상 의지가 있느냐는 우리 어민의 불만이 극에 달할 만도 하다.

우리가 협상 의지에 의문을 갖는 것은 일본 측이 무리한 요구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협상 결렬의 1차적 책임은 협상할 자세조차 취하고 있지 않는 일본 측에 있다. 일본은 우리의 조업 위반 대책 등이 충분하지 않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난색만 표할 게 아니라 하루 빨리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이 문제가 국가 간의 문제인 만큼 피해를 입고 있는 제주 어민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