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 치욕의 삼전도
병자호란 치욕의 삼전도
  • 김경호 기자
  • 승인 2018.01.25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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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조선의 운명이 걸린 47일간의 역사사극쉴 틈 없이 쏟아지는 명대사 압권
남한산성 출연 배우들 사진 왼쪽부터 박해일(인조), 이병헌(최명길), 김윤석(김상헌)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평소에는 정치와 무관하다 생각하고 살아왔던 사람들도 그 속으로 점점 한발 두발 다가서고, 제각기 색깔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최근 북한정권의 도발과 중국의 사드 보복,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아베정권의 일본이라는 대외정세 속에서 한반도의 정치 변화는 예측 불허의 상황에 빠져 있다.

역사 속에 미래가 있다.

영화 ‘남한산성’ 을 보며 이번 선거를 예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화친을 주장하는 최명길(주화파 수장)과 명분을 중시하는 김상헌(척화파 수장)은 항상 대립하는 관계다. 두 사람이 주장하는 건 ‘살아서 죽을 것인가’ 아니면 ‘죽어서 살 것인가’ 다.

당장은 수치스럽지만 목숨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대의를 다 하고 목숨을 버릴 것이냐의 문제다. 최명길은 조선의 역적으로 남을 운명을 자처하고, 김상헌은 지금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칼 대신 말(言)로, 전장 대신 조정에서 서로 완벽한 논리로 자신의 주장을 펴나가고 심지어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말싸움은 장수들의 칼싸움을 보는 것만큼이나 격렬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병사와 백성들은 “청을 섬기든, 명을 섬기든, 저와 상관 없는 일” , “나는 벼슬아치들을 믿지 않소” 라며 불신만 커지고 민심은 점점 조정으로 부터 멀어진다.

신하와 왕들의 언쟁은 어떤 묘책도 내지 못한 채 끝나며, 후반부까지 치열하게 싸울 것 같던 최명길과 김상헌도 점잖게 몇 마디를 주고받고 인조는 삼전도로 걸어가 3배 9고두(세번 절하고 아홉번 머리를 조아림)의 치욕적 모습을 보인다.

이에 최명길은 피 눈물 흘리고 김상헌은 자결을 선택, 궐 안을 밝혀주던 촛불은 꺼지고 곤룡포는 벗겨지며, 상처뿐인 남한산성 성벽에는 다시 민들레꽃이 피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어떤 선택을 했어도 명예롭지 못했거나 살아남지 못했을 우리의 역사가 그저 마음 아팠다. 힘없는 나라의 백성이란 얼마나 고된 것인지.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삼전도의 굴욕’ 이후에도 최명길과 김상헌은 생의 마지막 날까지 민생의 안정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적 면을 제외하고 본다면 최명길, 김상헌 둘 다 능력 있고 충심이 강한 인물이다.

영화속 인조의 무능력함은 이 둘을 쓰지 못하고 결국 나라를 파국으로 이끈다.

아랫사람이 유능해도 윗선이 무능하면 결코 발전이 안 된다는 것은 400년 전 조선이나 지금이나 같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조선과의 차이점이 있다.

이제는 아래의 손길로 윗선을 만들 수 있다.

우리 정치권에도 한 지역 한 정파을 위한 정책이 아닌 최명길과 김상헌 같은 민생을 보듬고 헌신하는 인물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음 전쟁이 병자호란이 될지 아닐지는 우리 손에 달렸으니 말이다.

김경호 기자  soulful@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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