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굿 놀이' 부활 20주년을 맞아
'입춘굿 놀이' 부활 20주년을 맞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1.24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대한(大寒)도 지나고 봄의 문턱이라는 입춘(立春)이 코앞인데 다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입춘에 장독 깨진다’하는데,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다. 정말 ‘언즉시야(言則是也)’가 이런 때 쓰는 말이다. 입춘은 한자어 그대로 새봄의 시작을 알리는 때. 24절기 중 첫머리를 장식하는 것이 바로 입춘이다. 대한과 우수(雨水) 사이에 들어있는 절기로 태양력에 기초하기에 보통 2월 4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입춘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선이다. 새 봄에 대한 설렘과 흥분은 당연지사다.

옛 선인들은 벽사(辟邪), 평안, 풍년, 초복, 경축, 장수 등의 기대와 소망을 입춘첩(立春帖)에 담아 대문이나 기둥, 천장 등에 정성껏 붙였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봄이 시작되니 운이 크게 따르고 밝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다)’,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 일반에 널리 알려진 입춘첩들이다.

하지만 입춘첩은 춘축(春祝)·입춘서(立春書)·입춘방(立春榜)·춘방(春榜)이라는 명칭만큼이나 그 소망의 문구가 무척 다양했다.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산처럼 오래 살고 바다처럼 재물이 쌓이라)’가 그렇고,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부모는 천 년을 장수하시고 자손은 만대까지 번영하라)’ 또한 그렇다.

옛 선인들은 이 같은 입춘첩을 서로 나누며 새해의 길운을 기원했다. 일종의 긍정적 자기 암시 효과랄까. 아침 저녁으로 바라보는 입춘첩의 문구는 알게 모르게 삶에 낙천성과 세상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했다. ‘입춘첩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던 이유다.

하지만 근래 그 입춘 의례가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 아쉽다. 한 해를 새로 맞는 때라서 우리 옛 선인들이 갖가지 의례로 대길(大吉)과 다경(多慶)을 기원했으나 근자에는 입춘첩만 붙이는 가정이 간혹 있을 뿐 절기로서의 기능은 대부분 잃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 주관하는 ‘탐라국 입춘굿 놀이’는 도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탐라국 입춘굿은 탐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승 문화 축제다. 탐라국 왕을 비롯한 민·관·무(巫)가 하나돼 농경의 풍요를 기원하는 굿놀이였다. 일제 시기인 1925년에 그 맥이 끊겼다가 74년 만인 1999년부터 문화관광축제로 부활·재현되고 있다. 올해로 부활 20년이다.

올해 탐라국 입춘굿 놀이는 ’신명, 그 아름다운 하나됨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오늘 사전 행사를 시작으로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된다. 입춘 절기의 본래 성격이 그렇듯, 이 놀이로 우리의 삶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기차게 되살아나기를 기대해본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