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 이런게 사랑이 아닌가”
“서툴지만, 이런게 사랑이 아닌가”
  • 고선호 기자
  • 승인 2018.01.18 1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운 겨울 포근한 휴식을 건내는 한 권의 책

[제주일보=고선호 기자] 이따금씩 내리는 눈을 보면 그 포근한 느낌에 어깨 위에 놓인 짐들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진다. 휴식 없는 삶을 사는 요즘 우리네 세상은 책 한 권 읽기가 벅찰 정도로 바쁘게 돌아간다.

“마음을 채워 줄 책 한 권 읽었으면 좋겠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나면 이런 생각이 간절하다.

추운 겨울 밖으로 나가기는 망설여지고 책은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를 당신에게 따뜻한 휴식을 건내줄 책들을 소개한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우리 ‘명작 뒤에 숨겨진 사랑’(이동연·평단)

KBS 제2라디오 해피FM 프로그램 ‘그곳에 사랑이 있었네’에서 저자가 100회가 넘는 기간 동안 방송한 사연들을 재정리해 새롭게 펴냈다.

15명의 음악가와 화가, 그리고 작가의 불후의 명작과 그에 얽힌 사랑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우리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바흐와 모차르트, 베토벤, 차코프스키, 쇤베르크, 레오나르도 다빈치, 생택쥐페리 등 이름만 들어도 탄성을 자아내는 최고의 예술가들에 삶에 얽힌 러브스토리는 우리에게 사랑 그 이상의 감명을 준다.

 

#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 ‘언어의 온도’(이기주·말글터)

언어에는 우리 몸과 같이 따뜻함과 차가움, 적당한 온기 등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

세상살이에 지쳐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서로에게 건내는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 ‘언어’는 그 온도에 따라 누군가를 웃기기도, 울리기도 하는 가장 극명한 온도차를 갖고 있다.

엿듣고 기록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등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언어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다. 그리고 예민하다. 말도 그것과 같다.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지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도우·시공사)

13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이도우 작가의 장편소설인 이 책은 30대 초·중반 어느덧 익숙해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람에 대한 설렘을 접어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조금 느리게 그려냈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적당히 외로움을 안고 사는 우리와 별다르지 않은 책속의 주인공들을 통해 동질감을 느낀다.

서툴지만 성실하게 사랑을 맞이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더해져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게 사랑이 아니면 또 뭐란 말이야.”

 

#함께하는 지금의 소중함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시로야마 사부로·예문아카이브)

일본에서 두터운 독자층을 가진 작가 시로야마 사부로의 유작이다.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며 7년간 편지를 모으고 일생을 함께한 아내외의 첫 만남에서부터 이별까지의 모습 등 긴 이별을 준비하기까지의 그가 남긴 이정표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작가가 서재에 남겨둔 편지들을 그의 딸이 발견하고 정리해 책으로 냈다.

시간으로도 막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담담하면서도 일상적인 언어로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벅찬 인생에서 기꺼이 내 모든 것을 내주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세상의 모든 잎싹을 위해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사계절)

사방이 철창으로 둘러싸인 닭장. 그 안에서 암탉 ‘잎싹’은 탈출을 꿈꾼다. 이윽고 밖으로 나가게 되지만 철창밖에 현실은 더욱 더 냉혹했다.

삶과 죽음의 굴레, 그 안에서 소망과 자유를 이루기 위해 한 마리 암탉은 온 몸을 내던져 맞서 싸운다.

한 마리의 어미 새로서, 살아있는 객체로써 세상이라는 높은 벽을 마주한 잎싹의 노력은 우리로 하여금 큰 여운을 남긴다.

자신의 새끼를 물어 죽인 족제비 어미에게서 느끼는 모정이라는 동질감은 이분법적인 우리의 사고를 송두리째 흔든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반성을 주는 작품이다.

고선호 기자  shine7@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