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과 호수가 장관인 곳이 있다”
“설산과 호수가 장관인 곳이 있다”
  • 제주일보
  • 승인 201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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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아시아의 중심 투바공화국을 가다
(26)사슴족과 샤먼의 고장 투바를 찾아서<8>-쵸올르드그산을 나서며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자작나무숲 너머로 쵸올르드그산이 보인다. 운전기사가 추천한 아름다운 장소를 찾아나선 길에서 자작나무숲을 마주했다.

[제주일보] 어제 쵸올르드그산행을 좀 무리했던지 밤새 깊은 잠을 잤던 모양입니다. 매일 찍던 새벽사진을 오늘은 찍지 못했네요.

그렇게 오고 싶었던 사슴족들이 사는 현장에서 보낸 이틀. 무언가 아쉬움이 남지만 모든 것이 다 뜻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요. 아쉬움이 남아야 다시 또 이들을 찾아 올 날이 있을 것이라는 기약을 해 봅니다.

차로 한참을 달려 도착한 전통적인 러시아 시골마을.

사슴족과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하려고 할 때 울리아나가 “운전기사가 여기서 2시간만 가면 설산과 호수가 장관인 아름다운 곳이 있는데 가보지 않겠냐고 한다.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합니다. 2시간이면 멀지 않은 듯 하고 앞으로 일정이 4일 남았으니 가보자며 서둘러 출발을 했습니다. 갈수록 풍경이 달라지는데 사슴족들만 이용하는 오보들이 산 곳곳에 설치돼 있어 이제야 사슴족이 사는 지역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산을 내려서면서 곳곳에 운해가 덮여 있어 많은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며칠 동안 카메라 건전지를 충전하지 못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조심스럽게 셔터를 누르고 있습니다. 숙소에 전기시설이 안 돼 있기 때문입니다.

산 정상 아래로 운해가 넓게 펼쳐져 있다.

굽이굽이 산길을 내려가니 자작나무숲이 우거져 있고 안개까지 덮여 있어 한 폭의 그림 같군요. 시베리아에서 가장 대표적인 나무가 자작나무라는데 이 일대는 온통 자작나무숲으로 이제 서서히 가을 채비를 하는지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자작나무를 처음 본 저는 너무 흥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사진을 찍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카메라를 땅바닥에 떨어뜨렸지요. 무릎이 깨져 피나고 아픈데 몸이 아픈 것보다는 카메라가 부서지지 않았나 걱정을 합니다. 셔터를 눌러보니 다행히 이상은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군요.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넘어져도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나이 타령을 두 번이나 하는 걸 보면 늙어간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 듯합니다.

시베리아에서 가장 대표적인 나무가 자작나무라고 한다.

넘어지면서 다친 곳이 쓰리지만 아프다는 소리도 못하고 한참을 가다가 운전기사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총을 꺼내 달리기에 “무슨 일이냐”고 묻자 “저기 사슴이 있어 사냥을 한다”는군요. 몇 발의 총성이 울렸지만 실패했답니다. 시베리아에서는 사슴을 사냥할 수 있어 항상 총을 휴대하고 다닌답니다.

2시간이면 간다는 곳은 3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고, 가도 가도 자작나무숲 뿐입니다. 얼마나 갔을까. 자그마한 도시가 나와 식사를 하고 식량을 구입한 후 다시 초원지대를 달립니다. 20㎞만 가면 된다면서도 아직도 목적지까지는 멀었다니 통역이 잘못된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군요. 눈 쌓인 설산과 호수가 장관이라던 곳은 한참을 가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하루를 묵기로 한 마을 주변에 있는 호수.

얼마나 갔을까. 호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호수 주변은 넓은 초원지대일 뿐 눈 쌓인 산은 보이지 않는군요. “오늘 목적지가 여기냐”고 묻자 “오늘은 여기서 하루를 자고 가야한다”며 숙소사정을 알아보지만 방이 하나 뿐이라 또 텐트를 쳐야 할 것 같군요.

떠나기 전 어제 쵸올르드그 산 위에서 촬영한 눈 덮인 산 사진을 보여주고 목적지를 확인한 후 왔어야 했는데 그냥 말만 믿고 따라온 것이 실수인 것 같군요. 아마도 안내하고 있는 울리아나가 우리들 목적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운전기사와 소통이 잘 안 되는지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습니다. 어쩔 수 없이 어렵게 사정해 방을 빌려 지루한 하루를 보내야 할 형편입니다.

차로 한참을 달려 도착한 전통적인 러시아 시골마을.

새벽에 일어나 보니 호수 주변이어서 그런지 안개가 자욱합니다. 사진 찍는 우리는 서둘러 길을 나서야 여러 곳의 사진을 찍겠는데 말썽꾸러기가 늑장을 부리는군요. 이번 여행 내내 골칫덩이네요.

자작나무숲 지대에 안개가 잔뜩 덮이니 또 다른 풍경입니다. 숲으로 풀밭으로 돌아다녔더니 옷에서 물이 줄줄 흐르는군요. 이번 투바 여행에선 강과 사슴과 자작나무숲만 실컷 찍고 있답니다.

혹시나 해서 울리아나에게 “샤먼들이 사는 곳을 아느냐”고 묻자 “사는 곳은 모르지만 그들이 기도를 하는 곳은 알고 있어 키질로 가는 길에 들를 예정”이라는군요. 이 말 듣고도 가봐야 알겠지만 ‘샤먼의 고장’에 와서 그들의 흔적이라도 볼 수 있다니 기대를 해 봅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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