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
  • 제주일보
  • 승인 20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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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희. 시인 / 제주대학교 제주씨그랜트센터 연구원

[제주일보]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시작되면 희망차고 행복한 한해가 되길 소망하는 덕담을 주고받게 된다. 덕담(德談)의 사전적 의미는 ‘상대방이 잘 되기를 빌어주는 말’이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상대방이 잘되기를 축복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만큼 ‘말’에는 마음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言語)를 자신이 속한 세계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로써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존재의 집’이라고 보았다. 존재를 알리는 ‘말’은 인간관계에서 의사전달 매개체로써 자기를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격언을 보면 ‘말’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은 사람의 속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이 뜻을 명확하게 말해도 그에 대한 해석은 종종 뜻한 바와 달리 그 의미가 왜곡되어 이해되거나 전달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말이 지닌 의미나 전달하고자 하는 뜻이 원래의 의미를 온전하게 간직하고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똑같은 말이라도 우리 기억은 의미를 왜곡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고, 처한 상황에 따라 말에 대한 의미도 자기중심적으로 변질시켜 뜻하지 않은 오해로 인한 갈등을 종종 불러일으키곤 하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잘 알겠지 오판하다 이혼한 부부의 일화를 옮겨본다. 30여 년을 살다가 성격차이로 이혼한 부부는 이혼한 그날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기로 하고 통닭을 시켰다. 통닭이 나오자 남편은 평소처럼 날개부위를 찢어서 아내에게 건넨다. 그러자 아내가 화를 벌컥 내면서 남편에게 “지난 30여 년 동안 너무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하더니 이혼하는 마지막 날까지 그런다”며 “내가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한번이라도 물어본 적 있냐”고 쏘아붙인다.

이에 남편도 화가 나서 “날개 부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인데도 먹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당신에게 준 것인데 그 마음도 몰라준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집에 도착한 남편은 아내가 “내가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물어본 적 있냐”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지금껏 남편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를 주면 아내가 당연히 좋아할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아내가 정말 좋아하고 먹고 싶어 하는 부위가 어떤 것인지 직접 물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편은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아내에게 주었음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한 아내에 대해서 서운한 마음만 쌓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남편은 사과를 하기 위해 아내에게 전화를 걸지만 화가 난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화가 풀린 아내는 그동안 남편에게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물은 적이 없었고,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를 자신을 위해 양보한 것인데도 남편에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자신의 행동에 대해 때늦은 후회를 한다. 사과를 하려고 부랴부랴 전화를 걸지만 남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안타까운 결말로 끝을 맺는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에서 상대방의 말에 서로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헤아렸다면 어땠을까.

진지하게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만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탈무드는 “인간의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 것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하기 위해서”라며 경청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남의 심정을 헤아리려는 마음과 언행일치(言行一致)를 실행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 상호 간에 신뢰가 쌓이게 되는 것이다.

올 한해 진심을 담은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들이 서로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어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한 세상으로 이끌어주길 소망해 본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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