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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깊으면...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12.21

[제주일보=정흥남 기자]

우리 속담에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는 말이 있다.

동지(冬至)가 지나면 온 세상이 새해를 맞을 준비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다 아는 것처럼 동지는 연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따라서 동지는 한편에서 보면 ‘가장 어려운 시기’를 의미하지만 또 한편에서 보면 이날을 기점으로 남쪽으로 내려갔던 태양이 다시 올라와 낮이 길어지므로 양(陽)의 기운이 싹트는 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동지가 지나면 몸을 움츠렸던 각종 푸성귀들도 다가올 봄을 향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한다고 여겼다. 제주는 동지와 관련된 세시풍속이 별로 없는 지역으로, 그나마 요즘의 나이든 사람들을 중심을 동지 팥죽을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

2017년 동지를 맞는 제주에는 요즘 삭막하고 쌀쌀하다 못해 가슴 시린 일들이 즐비하다. 대표적인 게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고향 제주의 올바른 발전을 기대하고, 고민하는 제주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육지사는 사람들’이라는 단체가 있다. 이 ‘육지사는 사람들’은 곧잘 ‘입바른 소리’를 한다. 제주를 떠난 사람들이 제주를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 타박할지 모르지만, 바다건너 타지에서 있는 이들이 어떻게 보면 내부의 사람들 보다 제주의 모습을 더 잘 볼 수도 있다.

#제주의 숙원사업

“제주국제공항 확장이나 신공항은 제주도의 숙원사업이었다. 하지만 10년 사이 관광객이 500만명에서 1500만명으로 늘어난 뒤 도민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제주도정을 비롯한 정치인 등이 변화하는 도민들의 마음을 읽고, 제주의 미래를 생각해 공항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제주를 제주답게 지켜야 한다.”

육지사는 사람들이 최근 서울에서 정기총회를 갖고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 같은 주장은 분명 이들의 표현대로 10년전 제주에서라면 씨알이 먹히지 않았다. 당시 제주도민들은 섬인 제주와 타지방을 연결하는 통로인 연륙교통망의 안정적 확보를 절대적으로 기대하고 희망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일이 꼬이고 있다. 그리고 그 꼬임은 점점 공감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60만명 조금 넘는 인구인 섬에 이보다 20배 넘는 1500만명 내외의 사람들이 외부에서 관광차 몰려든다. 이 뿐만 아니다. 연간 1만5000명 가까운 사람들은 타지방에서 아예 짐을 싸고 제주로 내려와 눌러앉고 있다.

이러다 보니 조용하고 평온하던 제주가 어느 때 부터인가 시끄럽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땅으로 탈바꿈 했다. 이곳이 제주인가 하는 반문이 쌓인다.

이는 제주가 정녕 바른 길로 가고 있나 하는 되뇜이 됐다.

#문제의 한복판

급속한 개방으로 상징되는 지금 제주는 위기다. 그 위기는 지금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 갑작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나타난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한 대규모 개발사업이 제주 전역에서 급속하게 이뤄지면서 제주의 수려한 자연경관 곳곳에 생채기가 생겨났다.

급작스런 주택 및 토지 수요증가는 땅값과 주택가격을 천정부지로 끌어 올렸다. 한라산이 보이고 바다가 보이는 이른바 경관 좋은 곳은 대부분 개발업자 또는 타지방 사람들 수중에 넘어갔다. 기존 주민들과 사이에 위화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돈이 밭을 사도 기분 나쁜 게 우리네 사람들인데, 어느 날 갑자기 조상 대대로 살아 온 동네 어귀에 으리으리한 집이 즐비하게 들어섰다면 이를 좋게 볼 주민이 과연 몇이나 될지.

쓰레기 문제를 비롯해 하수처리 문제, 나아가 교통문제. 제주가 온통 문제투성이다. 그 한복판에 제2공항이 자리한다.

하늘이 무너질 일도 없지만, 그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길이 있는 게 세상의 이치다. 제2공항 문제 또한 못 풀 일이 아니다.

오늘이 동지다. 연중 가장 밤이 긴 어둠의 한복판 이지만, ‘봄’이 보이기 시작하는 날이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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