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삶'보다 '좋은 삶'을 생각할 때
'잘 사는 삶'보다 '좋은 삶'을 생각할 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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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지역 경제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도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정주(定住) 여건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가 발표한 ‘통계로 본 제주의 어제와 오늘’에 따르면 제주지역은 지난 10년간(2005~2015) 인구와 관광객 증가로 지역 경제가 획기적으로 성장했다. 이 기간 동안 인구는 14.9% 증가하고 관광객은 198.4%나 늘어났다.

또 지역 내 총생산(GRDP)이 86.2% 중가하고 1인당 GRDP도 2005년 1520만원에서 2015년 2560만원으로 68% 늘었다.

하지만 하루 평균 발생하는 쓰레기는 2005년 1830t에서 2015년 4130t으로 무려 125.7%나 증가했다. 건설 폐기물도 905t에서 2610t으로 188.4% 늘었다. 쓰레기와 건설 폐기물이 산처럼 배출되어 쌓이고 있다는 말이다.

자동차 역시 크게 늘어나 10년 전 세대당 1.1대 꼴에서 지난해에는 세대당 1.8대 꼴이 되면서 등록 자동차 대수가 110.4% 증가했다. 반면 주차면수는 같은 기간 2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골목 골목마다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 교통 지옥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통계 수치를 보면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2017 삶의 질’ 보고서에서 한국인의 삶의 질이 회원국 중 꼴찌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듯해 마음이 무겁다.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38개국 중 29위였다. 지난해는 28위였는데 한 단계 더 떨어졌다. 우리보다 삶의 질이 낮은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터키, 그리스, 브라질, 러시아에 불과했다.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로 커졌지만 과실을 누리기는커녕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제주지역의 쓰레기 문제, 상하수도 문제, 주·정차 교통 문제를 이대로 둔 채 정주 여건을 개선한다는 것은 말장난이다.

지금은 제주 이주민이 이어지고 있지만 어느 순간 주민들이 떠나는 도시가 될지 모른다. 1인당 소득 수준으로 따지면 이미 선진국 문턱에 바짝 다가선 우리의 정주 여건이 이렇게 형편 없다면 우리의 지역 발전 전략을 근본적으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외형적 성장에만 매몰돼 정작 중요한 주민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데 소홀하지 않았는지 성찰해봐야 한다.

경제 성장은 주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수단일 뿐이다. 경제 성장이 곧 주민의 웰빙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주민이 행복할 수 있는 주민의 정주 여건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심을 전환해야 한다. ‘잘 사는 삶’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이 아닌 ‘좋은 삶’에 대해서 더 고민을 많이 해야겠다. 이제는 무엇을 위한 경제 성장인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때가 됐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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