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신문에 대한 공정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신문에 대한 공정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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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민주국가의 세 기둥인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3부에 견주어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언론을 제4부로 칭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지역 언론은 제4부로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2006년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지역 언론은 그만큼 더 지역의 자치와 민주주의에 있어서 중요해졌다. 중앙 언론이 중앙정부를 감시하고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서 국가단위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듯이, 지역 언론은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지역 여론을 수렴해서 지역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제주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지역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5%이상이고 수도권 전부를 제외하더라도 지역 인구가 50%를 넘는다.

하지만 2015년 한국ABC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독자들이 유료로 구독한 신문의 14%만이 지역 신문이다. 지역 주민들도 대부분 지역 신문을 구독하지 않고 중앙일간지를 구독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의 경우 신문보다 운영비가 훨씬 많기 때문에 서울 중심의 대형 방송국의 영향력이 더욱 크다. 방송 프로그램의 90% 정도가 서울에서 만들어진다. 결국 지역 주민의 시각에서 지역의 문제를 바라보고, 지역 여론을 수렴하며, 지역 정부를 감시하는 지역 언론의 역할 중에서 큰 부분을 지역 신문이 떠맡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지역 신문을 외면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이 이렇게 지역 신문을 외면하는 것이 지역 언론인들의 탓만은 아니다. 4.19혁명 이후 활성화되었던 지역 언론은 5.16쿠데타 이후 큰 타격을 입었다. 전국적으로 916개에 이르던 언론사의 90%가 넘는 834개가 등록 취소되었다. 전두환 정권은 일제시절 시행되었던 1도1사제를 실시해서 서울에 10개, 지방에 10개의 신문만을 허용했다. 이 신문사들은 엄청난 특혜를 받으며 자본과 인력,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야 언론의 자유가 회복되고 지역 언론도 활성화됐다. 일간지의 경우 1987년에는 30개였으나 1988년에는 65개로 늘었다. 2년 사이에 주간지역신문은 496개가 새로 창간됐다. 하지만 신생 지역 신문은 오랜 동안 자본과 시장, 인력을 독점해온 기존 신문, 특히 중앙 일간지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또 중앙 일간지에 익숙해진 지역주민들은 지역 신문을 자기 돈으로 사서 읽으려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언론인들이 정열과 애향심으로 일궜던 많은 지역 신문사들이 재정난에 빠져 지역 유지나 사업가에게 팔려 나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살아남은 신문사들 역시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 지역 정부나 기업의 눈치를 봐야 했다. 하지만 지역 언론과 신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중앙 정부의 독주, 지역 정부의 부실과 부패를 막을 수 없게 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몫이 된다.

지방분권을 이루기 위해서는 건강한 지역 신문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2004년 3월 국회가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지역 신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대개의 경우 권력과 언론의 상호결탁으로 변질되거나 건전한 신문 사이의 경쟁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왜냐하면 정부가 정책광고, 계도지 구입, 행사 지원 등의 형태로 지역 신문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지원은 정부에 대한 지역 신문의 의존성을 높여 신문의 신뢰를 떨어뜨리며,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또 퇴출되어야 할 신문사가 살아남아 부조리의 온상이 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신문사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종이 신문의 경우라면 유료 구독자수, 인터넷 신문의 경우라면 구독, 추천, 댓글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받는 신문에 대해서 적절한 운영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신문이 제 역할을 다할 때 지역 공론장이 활성화될 수 있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지역과 중앙 정부의 정책에 충실히 반영될 것이며, 지역 후보자와 유권자의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를 통해 불량 신문을 퇴출하고, 금권 정치를 막을 수 있으며, 도지사를 비롯한 집행부와 도의회, 지역 유지를 견제 할 수 있다.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지역 신문에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 지방 자치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투자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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