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들이 깨우쳐야하는 성의정심(誠意正心)의 가르침"
"관료들이 깨우쳐야하는 성의정심(誠意正心)의 가르침"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0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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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집설대전(禮記集說大全)’
예기집설대전

[제주일보]몇 해 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KBS2,2010년)에 나왔던 에피소드 가운데 필자의 인상에 남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제주에서 진상된 감귤을 성균관과 사학(四學)의 유생들에게 나누어 주며 치르는 과거시험인 황감제(黃柑製) 최종 결선 장면이다. 드라마 속의 정조(正祖)가 낸 시험 문제는 '이 나라 관원의 백성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밝혀라. 단 원전은 예기(禮記) 42편의 주희(朱熹) 해석본을 따른다'였다.

모두 49편으로 구성된 ‘예기’의 제42편은 ‘대학(大學)’이다. 그 첫 구절은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으며, 백성을 가까이 하는 데 있으며, 지극한 선에 머무는 데 있다”(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인데 이 경문(經文)을 설명한 전문(傳文)에는 정자(程子 송나라의 유학자 정호와 정이 형제의 존칭)가 “‘친(親)’은 마땅히 ‘신(新)’”(程子曰 親當作新)이어야 한다고 했고, 주희도 이 견해를 따라 경문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드라마 속 시험 문제의 정답은 단서 조항에 따라서 당연히 ‘신민(新民)’이다. 하지만 ‘친민(親民)’이냐 ‘신민(新民)’이냐는 단순히 한 글자의 부수(部首)만 다른 게 아니라 백성을 대하는 관료들의 근본적인 태도에 차이가 있다. 백성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으로 보느냐 ‘새롭게 바꿔야 할 무지몽매한 사람’으로 보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수평적 관계와 수직적 관계의 차이라고나 할까..

얼마 전 상영된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2015)에서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유명한 논설주간인 이강희(백윤식 분)가 내뱉었던 “민중은 개, 돼지”라는 대사가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었다. 그 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 속이 아닌 현실 속에서도 등장해서 지난 해에는 교육부의 모 인사가 술자리에서 같은 말을 했다가 설화(舌禍)에 휩싸여 우리를 흥분하게 했다.

조선시대가 아닌 지금을 사는 엘리트 관료의 머릿속에 있는 우리네 모습이 그들의 기준에 맞게 ‘새롭게 바꿔야 할 무지몽매한 사람들’로 보인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본인의 지위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운운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이들은 ‘수신제가(修身齊家)’가 먼저이고 그에 앞서 ‘성의정심(誠意正心.그 뜻을 성실히 하고, 그 마음을 바르게)’하라는 ‘대학’의 또 다른 가르침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의 엘리트인 사대부들이 줄줄 외워야 하는 게 ‘사서삼경(四書三經)’이고, 그 기본이 ‘대학’과 ‘중용(中庸)’인데 모두 ‘예기’의 한 편 명이다. 학창시절 이 두 책을 읽고 ‘예기’도 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 못해 아쉬웠는 데, 얼마전 온전한 ‘예기집설대전(禮記集說大全)’ 한질이 입수됐다.

이 책은 명나라의 호광(胡廣) 등이 성조(成祖)의 명을 받아 1415년에 완성한 ‘오경대전(五經大全)’ 중의 하나로, 원나라의 진호(陳澔)가 편찬한 ‘예기집설(禮記集說)’을 위주로 제가(諸家)의 여러 학설과 소(疏)를 모아서 정리 편찬한 책이다. 여러 가지 판본이 있지만 세종대에 우리나라에 수입된 후 가장 널리 보급되고 참고했던 ‘예기’이다.

이번에는 꼭 다 읽어야지 다짐을 해보지만, 언제는 책이 없어서 못 읽었던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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