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의 발언권에 대하여
소수자의 발언권에 대하여
  • 홍수영 기자
  • 승인 2017.11.0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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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홍수영 기자] “선생님, A가 일어나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입 냄새가 날거에요.”

어느 교실의 수업시간. 이 반의 ‘왕따’인 A가 발표를 하려고 일어난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웅성댔고 A가 발표하면 안 된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결국 A를 자리에 앉게 했다. 선생님은 ‘아이들 정서상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발언권을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폭력이다. 특히 공권력에 의한 것이라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된다.

지난주 주말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성소수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자리인 제주퀴어축제가 열렸다.

축제가 열리기도 전부터 반대자들은 노출 행위가 있을 것이라며 도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급기야 축제 열흘 전 주최측들은 ‘장소 사용 협조 취소’ 통보를 받았다. 제주시는 “참가자들의 노출 행위 등을 제재할 방법이 미흡하고 도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이유를 댔다.

축제 당일에는 “위법행위 시 적극적인 단속을 할 것”이라는 행정의 엄포를 들어야 했다.

막상 제주퀴어축제의 모습은 어땠을까.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행진과 장기자랑, 노래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었다.

도내 성소수자들을 위한 첫 번째 축제였다. 많은 이들이 여기에 돌을 던졌다.

여기에 공권력이 동조했다. 단순한 장소협조의 취소 문제가 아니었다. 사회소수자들이 말 할 수 있는 광장을 빼앗는 일이었다.

제주퀴어축제가 열린 날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한 말을 되새기며 제주가 인권사회로 나아갈 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세상에는 좋든 싫든 다양한 것들이 존재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와 공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함께 살아가는 소수자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홍수영 기자  gwin1@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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