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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의 큰 사랑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 / 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 승인 2017.10.31

[제주일보] 자녀들의 연령이 어린 경우 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서로 양육에 대한 협의가 되지 않아 재판부에서 상담위원인 필자에게 자녀 입장에서 어떤 부모가 양육자로 적합한지 평가를 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그 경우 양쪽 부모와 연락을 취해 상담 시간을 잡고 놀이실에서 부모와 자녀를 기다리다 보면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오시는 경우가 많다. 어린 자녀의 실질적인 양육을 할아버지, 할머니가 도맡아 하는 것이다.

필자는 상담 장면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꼭 참여토록 한다. 서로에 대한 감정들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 만남 장면은 불같이 뜨거운 공기로 가득 차는 듯 하다.

하지만 차츰차츰 상담이 진행되다 보면 어르신들은 먼저 자식 앞에 닥친 이혼에 놀란 가슴이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자식의 행복만을 바라며 늘 살아오시다가 자녀의 이혼 소식에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크게 슬퍼하시기 마련이다.

어르신들 바로 옆에 어린 손주·손녀가 있는 것을 잊고 “쯧쯧쯧 이 어린 것을 두고 집을 나가다니, 그건 부모도 아니다”, “그래, 어디 애 버리고 나가서 잘 사나 내가 두고 볼거다”라는 말씀들을 하시기도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함께 살지 않는 부모에 대해 어느 새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게 된다. 그러다가 상담, 혹은 법원에서 지정해 주는 사전 면접교섭일이 되어 헤어져 지내는 부모를 만나게 되면 아이들은 몹시 놀라며 울기 시작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 더 파고 들며 “보지 않겠다. 만나지 않겠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그렇게 울부짖는 아이를 보며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것봐라, 너를 싫어하잖니. 아이가 이렇게 고통스럽게 우는데, 이 짓(면접교섭)을 꼭 해야 되겠니. 아이가 더 커서 만나라. 지금은 아닌 것 같다”며 아이를 더 품에 당겨 안으신다.

나이가 들어감에 몸도 여기저기 힘드신데 어린 손주를 돌본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그런 마음을 전하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하는 거다’라고는 하시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감도시는 걸 자주 보게 된다.

자식들의 이혼과 재혼을 겪을 때 부모가 손주·손녀의 양육을 맡게 되는 경우 어떤 가정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식과 부모 사이의 다리가 되는 경우도 있고 다른 경우에는 서로의 사이를 결코 넘어서지 못하도록 하는 단단한 벽이 되는 경우도 있다.

단단한 벽이 되어 버리는 부모님들께는 먼저 이혼 혹은 재혼이 수많은 생각 끝에 내린 현명한 선택이라고 여겨지는 결정이니 그 결정을 인정해 주십사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린 손주·손녀를 키워주시는 수고로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꼭 표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어릴수록 헤어진 부모와 면접교섭을 하며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에 필수요소라는 것을 잘 설명해 드려야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리 역할을 해 주시는 경우, 자녀들과 손주들은 든든한 안식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진 풍파에도 쉴 곳이, 돌아갈 곳이 있다는 믿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자원이 된다.

삶의 오랜 연륜을 통해 빚어낸 지혜로 가족 구성원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 수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덕분에 이혼이나 재혼은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겪을 수 있는 하나의 사건으로 자리잡게 된다.

자녀와 헤어져 지내는 부모도 자녀와 면접교섭을 하게 될 때면 자녀를 데리고 나온 조부모님들께 공손한 인사와 더불어 자녀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양육해 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나이가 많든 적든 자식은 부모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바람이 늘 있듯이 부모도 자식이 자신을 언제나 중요한 존재로 생각해 주길 원하기 마련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감사하다는 이야기와 마음은 아끼지 말고 나누자!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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