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제주인 삶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
"일제 때 제주인 삶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1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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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시대 사진엽서로 찾아보는 제주도(日本統治下の絵葉書でたどる済州島)
고성일 선생(사진 왼쪽)과 츠지모토 고 일본그림엽서회 부회장(오른쪽)-2017년 9월 21일 四天王寺에서

[제주일보] 일본 오사카 시텐노지(四天王寺)에서는 매달 21일과 22일에 골동(벼룩)시장이 열린다. 에도(江戶)시대부터 번성한 유서 깊은 골동시장으로 21일은 코보다이시(弘法大師) 쿠카이(空海), 22일은 쇼도쿠타이시(聖德太子)의 기일(忌日)에서 유래한 까닭에 ‘다이시에(大師会)’와 ‘타이시에(太子会)’라고도 부른다.

지난 7월 이 시장을 찾았을 때 우리네 도자기와 우리나라 관련 그림엽서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띄는 가게에 들어갔다. 그릇과 엽서 등을 구경하고 있는데 주인장께서 한국사람이냐고 물으신다. 한국사람이고 제주도에 산다고 말씀을 드리니 더욱 반가워 하셨다. 제주도 출신의 재일교포가 많은 곳으로 워낙 유명한 오사카인지라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였다. 처음 간 골동시장에서 첫 번째로 들어간 가게였는데…. 이런 게 인연인가 싶었다.

그분이 바로 고성일(高成一) 선생이다. 한림 옹포 출신으로 스무살 때 일본으로 건너와 어느덧 50년이 되셨단다. 엽서 얘기를 하다보니 몇 달 전에 본 신문기사가 생각났다. 일제 시대에 발행된 제주 관련 그림엽서를 모아 책으로 낸 재일교포가 있다는 내용(본지 2월 14일자 1면)이었다. 혹시나 하고 여쭈어 보니 또 역시나다. 그 기사를 봤느냐며 그 분도 놀라신다. 이런 인연이….

그 책이 바로 ‘일제시대 사진엽서로 찾아보는 제주도(日本統治下の絵葉書でたどる済州島)’이다.

2016년 12월에 일본그림엽서회(日本絵葉書会) 간사이(関西)지부에서 간사이연구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발행했다.(600부 한정판)

(왼쪽)‘일제시대 사진엽서로 찾아보는 제주도’ 앞표지 (오른쪽) 고성일 선생이 직접 그린 소중기와 도구 그림.

선생이 소장한 우리나라 관련 일제강점기 그림엽서는 모두 4000여 매로 그 가운데 100여 매가 제주도 관련 엽서이다. 그 중에서 엄선한 41장의 엽서와 해녀복(소중기)과 도구를 직접 그린 그림 1장 등 모두 42장의 자료를 수록하고 해설을 붙인 8장 16쪽짜리 얇은 책자이다.

유네스코가 정한 ‘겉표지를 제외하고 최소 49쪽 이상으로 구성된 비정기간행물’이라는 책의 기준으로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책이 아닌 팸플릿이다.

하지만 쪽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 책자가 담고 있는 건 어느 대형 책자 못지않다. 바로 선생의 고향(고국)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선생이 일본에서 활동했던 출가 해녀 관련 엽서와 직접 그린 그림을 설명하실 때, 어릴 적 동네 아는 누이가 아주 추운 초겨울에 물질을 나갔다가 빗창이 바위틈에 걸려서 죽었을 때의 일화를 소개해 주셨다. 그 때 그녀의 시신을 앞에 두고 목놓아 울던 동료 해녀들과 어머니, 누이들을 보며 함께 울었던 기억을 회상하시면서,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눈물 가득한 선생의 두 눈이 이를 증명한다. 함께 있었던 필자도 가슴이 먹먹해져서 어떤 위로의 말씀도 드리지 못했었다.

선생의 그런 마음으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모은 4000여 장의 그림 엽서와 수많은 일제 시대의 지도 등은 당시를 경험하지 못한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소중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지난 주 잠시 귀도(歸島)하셨던 선생의 말씀에 따르면, 다행히도 박물관 등 유관기관에서 선생의 자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전시나 출판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 하니 곧 그 전모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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