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지하수를 물 쓰듯 할 땐가
이렇게 지하수를 물 쓰듯 할 땐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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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지하수를 허가량보다 초과 취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당국이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보도다. 도내 지하수 4817공 가운데 222공이 취수 허가량을 초과해 물을 뽑아 쓴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뽑아 쓴 취수량이 허가량에 대비해 무려 219%에 달했다. 우연찮게 취수량을 넘어선 게 아니라 아예 작정을 하고 초과 취수를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제주도가 제주특별법상 고발 조치한 경우는 지난해까지 겨우 1건이다. 그리고 올해는 13건이 고발됐다. 그러다 보니 어떤 곳은 봐주고 어떤 곳은 고발 조치하느냐고 형평성마저 제기하는 형편이다. 말 그대로 물을 물 쓰듯 하는 데 대한 기본 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지하수를 물 쓰듯 할 땐가. 그리고 이렇게 물 관리를 소홀히 해도 괜찮은가.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 현상과 생태계 변화는 전 세계적인 화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화산섬인 제주도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지난 100년간 1.8도 상승하며 세계 평균 온난화 추세를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2050년에 이르면 연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3.2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강수량은 19.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강수 일수는 감소하고 호우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등 강수 패턴이 변화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되어 있다. 이로 인해 늘 가뭄 발생 빈도가 높고 물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 더욱 악화할 것이란 게 학계의 보고다. 지난 여름처럼 제주도에 가뭄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런 상황은 ‘물 부족’보다 ‘물 관리’의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부실한 물 관리로 인한 물 부족은 생태계 변화와 농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식수와 생활 용수 문제, 나아가 사회경제적으로도 연쇄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체계적인 물 관리 정책이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이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인당 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지하수로 목욕을 하고 생활용수, 농업용수로 사용한다면 머지않아 지하수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심각한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가 인식하는 물 문제는 공급쪽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요 관리가 핵심이 되고 있다. 우리도 물 관리체계의 큰 틀을 바꿀 때가 됐다. 공급의 확대보다 합리적인 수요 관리와 효율적인 이용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도민들의 물 소비 의식 변화가 중요하지만 제주도 당국의 정책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제주도는 도내 지하수 공 4817곳에 대한 사용실태 조사를 벌이는 한편 위반 지하수 공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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